차렷 경례 시작, 생뚱맞은 태권도의 '파이팅'

WTF 승인 코리아오픈이라 겨루기에 영어 사용?

1일 수원실내체육관에 열린 코리아오픈 경기 모습
전 세계 수많은 종류의 언어 중 올림픽 종목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단 4개뿐이다. 영어, 불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다. 대부분 종목은 영어를 사용한다. 다만 펜싱은 불어를 유도는 일본어를 사용한다. 종주국 종목으로서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로 인해 올림픽 언어에 채택됐다. ‘차렷’, ‘경례’, ‘그만’ 등 외국 심판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제4회 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이하 코리아오픈)’가 5일간의 일정을 시작됐다. 이번 대회는 37개국 1천 2백 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코리아오픈 겨루기뿐 아니라 품새 대회도 신설했다. 첫날 열린 겨루기 경기. 외국인 심판들이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차렷, 경례, 시작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상대를 탐색하던 선수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심판이 두 주먹을 마주보는 제스처를 취한 후 ‘파이팅’을 외친다. 이를 들은 선수들이 곧 공격에 나선다. 파이팅은 소극적인 경기에 대한 일종의 경고 같은 것이다. 뜻을 알겠는데, 한국어 경기 표현을 두고 생뚱맞게 그 표현만 영어다. 이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이 2년 전부터 정한 경기용어다. 파이팅을 외치고도 선수들이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것 같으면, 심판의 권한으로 ‘경고’를 준다.
영어권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인 사범들은 파이팅 표현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온 이승형 사범은 “경기 규칙은 더 재미있고, 공정한 경기를 위해 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용어는 아니다. 태권도를 가르칠 때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한인사범들 자부심은 대단하다. 또 외국 수련자들도 태권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바뀌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붙어’, ‘적극적으로’ 등 충분히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파이팅을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식이라면 모든 경기 용어가 영어로 바뀌는 것도 시간 문제다”고 덧붙였다.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주관하는 경기는 파이팅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10초룰’이 있다. 10초룰은 선수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심판이 10초를 외친다. 만약 10초 후에도 공격이 없으면 심판이 경고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코리아오픈에서는 10초룰 대신 파이팅이다. 이는 코리아오픈이 WTF 승인대회이기 때문이다.
최정호 KTA 심판위원장은 “파이팅이란 용어가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적극적인 경기 이끌어 내기 위한 규정과 용어는 WTF의 파이팅보다는 KTA의 10초룰이 앞섰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혔다.
188개국에서 수련하고 있는 태권도는 이제 ‘한국의 태권도’가 아닌 ‘세계의 태권도’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태권도의 뿌리를 상징하는 용어까지 세계화 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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