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 20억에 목숨건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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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태권도 도입에 사활
대한태권도협회(KTA) 양진방 전무이사는 된장찌개를 특이하게 먹는다.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서 팔팔 끊인 후 거기에 상추를 통째로 넣는다. 이상한 요리법이지만 제법 맛있다. 소주안주로도 그만이다. 양 전무가 가까운 지인들과 자주 먹는 음식이다. 이후 자신의 원룸으로 가서 숨겨놓았던 양주를 꺼내 놓고 안주도 없이 주거나 받거니 먹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 개인적으로 가진 자리에서도 이 코스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KTA 전무와 함께 하는 술자리는 거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결과였다. 양 전무는 소탈하다.
과거 태권도계의 ‘브레인’, ‘개혁파 선구자’로 불렸던 양진방 전무는 제도권 입성 후 변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2001년 이른바 태권도계의 ‘4.16 학생시위’를 도화선으로 용기 있는 대학교수와 태권도지도자들이 ‘태권도바로세우기운동’에 동참했다. 이때 중심에 섰던 인물이 양진방 전무였다. 양 전무는 2003년 구천서 KTA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던진 전무이사 제의를 받아들인다. 이후 2004년 김정길 회장 취임 후 기획이사로 활동한다. 지난해에는 KTA 승부조작 파문여파로 다시 전무이사가 된다. 그리고 2008년 홍준표 회장체제에서도 살아남았다. 이를 두고 어떤 태권도인들은 “배알도 없다”고 말한다. 소탈한 양진방 전무가 제도권에서는 기회주의자로 욕심이 생겼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양 전무도 이런 비판을 모를 리 없다. “처음 KTA에 왔을 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지. 모난 놈이 정을 맞을 수밖에 없는 곳이야. 그것이 옳든 그르든. 그래서 방법을 바꿨지. 그리고 효과는 있었어. 적지 않은 부분이 변했다고 생각하거든. 이를 두고 양진방이 변했다고 말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이렇게 말하는 양 전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권이 바뀌면 실무진들이 바뀌는 것이 관례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파워가 이동하면서 정치권은 크게 요동쳤다. KTA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의 사람 김정길 전임회장이 물러나고,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홍준표 회장이 취임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진방 전무는 꿋꿋하게 버텼다. 그의 평소 성격으로 미뤄 사표를 던지고 털고 일어났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이를 두고 양 전무는 베이징 올림픽과 KTA 집행부의 불안 등의 이유를 밝혀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 입장이다. 속내가 따로 있다. “이 자리에 있으면 좋은 사람들과도 멀어져, 하루빨리 벗어 던지고 싶어. 하지만 홍준표 회장 힘을 빌려 꼭 이뤄보고 싶은 게 있어. 그래서 남은 거야”. 그가 이루고 싶은 것은 바로 ‘프로태권도’다. 양 전무는 오래전부터 기획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었던 프로태권도 출범이 드디어 적임자(홍준표 회장)를 만났다고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태권도경기에서 재밌는 경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관중들을 위한 경기를 만들어야 해. 그렇다고 지금의 격투기 대회 같은 모습이 아니라 태권도 발차기를 극대화한 프로태권도가 필요해. 이것만 이뤄지면 언제든 물러날 준비가 돼 있어.”
그래서 그는 요즘 20억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핵심은 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자본 마련계획도 준비 중이다. 기업 및 단체 등의 스폰서에서 10억, 태권도진흥에 마련된 정부 예산 5억, 그리고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면서 5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회장을 업고 말이다. 양 전무는 이를 올해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더 미뤄지면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20억 마련에 목숨이라도 걸 태세다.
기러기 아빠였던 애처가 양진방 전무는 얼마 전 안정을 찾았다. 미국에 있던 그의 아내가 얼마 전 귀국했다. 고등학생이던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원룸에서 혼자 쓸쓸히 술잔을 기울일 일은 없어 보인다. 그는 프로태권도 도입과 전무이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내년에는 용인대학교에 휴직계를 신청할 예정이다. 각오가 대단하다. '양진방식 된장찌개'가 제법 맛이 좋은 것처럼 양 전무의 야무진 꿈이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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