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한국적 문화컨텐츠 ‘택견배틀’

[신준철의 무술돋보기]5회 대회동안 발전 없어.. 열악한 환경도 문제
2004년 한국 고유의 무술인 택견을 토대로 한 독특한 격투기 대회가 탄생한다. 바로 ‘택견배틀’이다. 이 ‘한국형 격투기 대회’는 시작과 동시에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택견배틀은 여느 격투기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일단 단순한 경기 규칙은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게 한다. 또 왁자지껄한 시장판 같은 경기장은 구경꾼과 선수들의 경계선이 없다.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에 승자와 패자 모두 ‘씨익’ 웃고 털어버린다. 이런 면에서 택견배틀은 국기로 인정받고 있는 태권도보다 더 한국적인 문화컨테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금융배 2008 택견배틀 결승전 경기 모습
올해로 5회 대회를 맞이한 택견배틀이 갈수록 정체되고 있는 느낌이다. 과거 택견배틀은 ‘아나걸(택견배틀 여성 아나운서)’, ‘슬로우걸(천천히 택견시범을 보이는 여성 시범자)’ 등 스타마케팅에 성공하며, 흥행몰이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경기 외적인 요소로 어디까지나 ‘반짝’ 효과로 끝나고 말았다. 현재 택견배틀은 홍보부족과 새로운 선수수급의 어려움 그리고 열악한 환경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더 이상 뻗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점점 동호회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로 변해가고 있는 듯 한 모습이다.
주최사인 결련택견협회(회장 도기현)도 고민이다. 도기현 회장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대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지 못하고 갈수록 ‘그나물에 그밥’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고민이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도 회장은 “다른 문제는 둘째 치고 전용경기장 문제만 해결돼도 좋겠다. 내년에는 최소한 우천시에도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천막만이라도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결련택견 측은 올해에는 택견배틀 전용경기장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고 있었다. 결련택견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진 의원(한나라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박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손학규 (당시)대표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실세정치인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현재는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5일 택견배틀 결승전이 우천으로 취소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진 의원에게 “전용경기장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필요하기는 한데, 서울시에서 예산 확보가 어려워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근 박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분간은 전용경기장 추진은 어려울 듯 쉽다.
대회 운영 자금 마련도 항상 아슬아슬하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도기현 회장은 내년에도 타이틀 스폰서인 ‘우리은행’과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여야만 한다. 다른 스폰서들이 미진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도움 없이는 대회가 존폐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한국적 문화컨텐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여기에 택견협회들의 견제도 한 몫 한다. 현재 한국 택견계는 이용복 씨가 이끄는 대한택견연맹, 택견예능보유자 정경화씨의 충주택견 그리고 결련택견협회가 정통성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이는 택견배틀에도 영향을 준다. 택견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임에도 대한택견이나 충주택견에서는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문화컨텐츠 ‘택견배틀’이 앞으로 더 커나가기 위해서는 외부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최근 전통무예진흥법, 태권도특별법 등 국가 차원에서 무술 컨텐츠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택견배틀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택견배틀이 이러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형 문화컨텐츠로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택견배틀은 판을 키워야 한다. 예컨대 택견을 바탕으로 한 다른 무술 종목의 흡수 등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택견배틀을 기대해 본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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