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세계선수권 사용 위험하다' 여론 비등

체전에 전자호구 문제점 대거 발생, 라저스트는 '문제없다'

제89회 전국체전 태권도 종목 전자호구 사용 경기 모습
내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9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이하 세계선수권)’에서 전자호구 사용을 놓고 종주국 태권도계에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전남 장흥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89회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 직후 상당수 관계자들이 ‘여전히 미흡하다’, ‘(승패를)어쩔 수 없이 받아 드렸다’ 는 등의 평가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대다수 태권도인들이 당장은 올림픽을 제쳐 두고서라도 ‘세계선수권부터 사용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지난해 전국체전과 비교했을 때, 전자호구의 성능 개선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전자호구는 기술적으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을 전망이기 때문에 당분간 선수들의 ‘적응력’에 맡겨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번 전국체전 태권도 종목에서 2위를 차지한 부산은 경기 시작 전부터 전자호구를 다량으로 구입해 선수들을 집중 훈련시켰다. 결과적으로 부산측은 주최지인 전남의 뒤를 이어 종합 2위라는 우승이나 다름없는 성적을 거뒀다(전국체전에서 태권도는 매번 개최시도가 우승). 하지만 이런 부산측까지도 전자호구의 세계선수권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성적만 놓고 보면 전자호구을 높이 평가할 법 한데도 말이다. 부산의 박가서 전무이사는 17일 “대회 시작전부터 전자호구를 착용하고 선수들이 상당기간 훈련했다.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지만 전자호구의 기술적 발전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솔직히 세계선수권에서의 사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차피 써야 한다면 이제는 전자호구 사용에 따른 경기규칙을 보완해 완벽에 가깝게 맞추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견해는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KTA) 고위 임원들의 입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5일간의 대회 전반을 주관한 최정호 심판위원장은 “물론 지난해 대회보다는 득점도 많이 표출되는 등 나아진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 내놓을 만큼의 제품은 아니다. 그때까지 얼마나 기술발전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완벽하지 못한 전자호구를 세계시장에 섣불리 내놓았을 경우 영원히 사장될 수 있다. 기사회생할 기회마저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말 시간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KTA의 한 핵심관계자도 “탑클래스 선수들이 대거 탈락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득점이 어느 순간에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다. 이제는 선수들 개개인이 적응력을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5일간의 경기 중, 1회전, 혹은 2회전까지도 점수가 나지 않아 주심이 경기 시작 전 시스템상의 오류를 수 차례 확인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10년 넘게 심판 업무를 해온 한 인사는 “‘청선수가 승리해야 될 상황인데, 홍 선수를 승리하게 하는 것이 전자호구’라는 말이 나돌았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수차례 발생했다. 한번은 얼굴 부위 채점을 담당하던 부심들끼리 가상으로 몸통득점을 계산해 봤다. 하지만 부심들이 예상한 결과와 전자호구가 표출한 결과는 정 반대였다. 이런 경우는 빈번했다.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명쾌하게 이 부분을 이해시켜야 할 텐데... 제조업체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자호구 시스템 개발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라저스트의 김종대 부회장은 성능 진전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지난 전국체전 때보다 강도를 약 15%(체급별로 조금 차이를 나타냄) 정도 내렸다. 평균 득점이 2점 이상 올랐다. 최근 팬암연맹 대회에서는 강도를 이번 전국체전 때보다 7%낮췄다. 그 결과 평균 득점이 6~7점으로 상향됐으며, 더욱 다이내믹하고 재밌는 경기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도의 적절한 조정만 따라준다면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단적으로 비유한다면 우리는 200km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도로상의 속도 제한을 100km로 둔다면 그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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