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전자호구는 기본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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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된 뒤차기, '밑뽕'은 노우(NO)

이은종이 상단 발차기를 시도하는 모습.
“뒤차기는 안 들어가.” 경기를 주관하고 나오던 한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의 말.
“야 뒤차기 차지 마.” 코치석에서 열을 올리던 한 코치의 말.
“도대체 뭘 차란 말이야.” 한 시도 태권도협회 전무이사의 말.
'제89회 전남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에서 전자호구 사용에 불만을 표시하던 인사들의 ‘말말말’이다. 왜 이런 ‘안티’ 전자호구 인사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전자호구를 사용한 국내외 대회가 줄잡아 100여회를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수그러들 때도 된 것 같은데...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필자의 눈 앞에 선수들의 발등 보호대 즉, 발 부위 전자센서가 눈에 들어왔다. 대기석에서 열심히 몸을 풀던 한 선수의 발바닥에서 필자는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전자센서를 착용한 선수의 발바닥은 정확히 발 앞꿈치만을 제외하고(앞꿈치만 맨발이다), 발 바닥의 3분의 2 면적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다. 즉 발 앞꿈치가 먼저 상대 몸통 센서에 닿을 경우 득점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근래 태권도 경기에서 많이 쓰이는 '변형된 뒤차기'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발 뒤꿈치, 일명 ‘발날’을 이용하지 않는 뒤차기로는 백날 차도 득점이 아닌 것이다. 20년을 넘게 태권도 선수생활을 한 경력의 한 지도자는 “들어오는 상대 선수의 몸통에 발바닥을 대는 뒤차기의 경우가 있다. 또 상대의 몸통을 앞꿈치로 슬며시 밀어내버리는 뒤차기 등이 있다. 물론 이 두 가지의 경우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것들은 막상 전자호구 앞에서 여지없이 꼬리를 잡힌다”고 말한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돌려차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명 ‘밑뽕(돌려차기를 밑에서 위로 걷어 올리듯이 차는 빗 차기)’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전자호구를 착용한 양 선수가 동시에 돌려차기를 구사하고, 외부에서는 이를 둘다 득점이라고 느끼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득점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나왔다. 수 많은 항의가 여기서 기인한다. 전자호구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에 대한 정답은 바로 ‘기본기 부족’이라는 것이다. 돌려차기라는 것이 통상 허리를 틀고 골반을 몸 안쪽으로 밀어 넣어 차는 것으로 알고 있음에도, 앞차기에서 발등만 틀어 최대한 빠르게 차대니 몸통센서와 발등 센서간의 마찰면이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석으로 태권도를 하지 않은 선수, 즉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에게서 불만은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이번 전국체전 초반 강자들의 대거 탈락과도 연결지어 볼 수도 있다. 패배를 두고 어이없어 하고, 흥분만 할 것이 아니라, 한편으론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기본에서 너무 동떨어진 발차기에 익숙해져 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호구 제조업체인 라저스트의 한 관계자도 “전자호구 초기 개발단계에서도 태권도의 기본에 입각해 센서를 개발했다”고 전해왔다. 아직도 "100%"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전자호구이지만 ‘기본기’라는 색안경을 끼고 한번쯤 시각을 달리해 관람해 볼 필요도 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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