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판으로 변해가는 충주무술축제
[신준철의 무술돋보기]무술이 점점 사라져가는 무술축제

1998년 충주. 택견, 공수도, 특공무술, 우슈 등 태권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각 무술단체장들이 자신들의 축제를 만들기로 충주시와 의기투합한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충주세계무술축제’다. 이 행사가 올해로 벌써 11회째를 맞았다.
10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충주시 탄금대 유엔평화공원 부지에서 진행된 이번 축제는 충주시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28개국 51개 무술단체가 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이제 충주무술축제는 명실상부 무술을 소재로 한 최고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충주무술축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일 축제장을 찾았다. ‘양희은 콘서트’와 ‘지역 주민노래자랑’이 축제기간에 열린다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럴싸한 행사장 입구를 지나 무술축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메인 무대에서는 미 8군부대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고, 조금 떨어져 있는 보조경기장에서는 ‘종합격투기최강전’ 준비가 한창이었다. 주변을 살펴봤다. 체계가 없어 보이는 무술체험관, 용도를 알 수 없는 ‘무술IN카페’, 환풍이 잘 안되는 무술사진전에는 무술과 관계없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메인 행사장 뒤쪽은 재래시장을 영상케 했다. 각종 향토음식과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었고, 축제기간 동안 ‘각설이 타령’ 공연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물론 축제장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무술축제에서 이런 '부대행사'가 무술보다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이번 무술축제는 ‘주객이 전도’된 꼴이었다. 왜 이런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충주시가 지역주민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충주시장은 지역주민의 손으로 뽑는다. 그러다보니 가장 무술다워야한 충주무축이 ‘무술로 세계가 하나로’라는 올해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지역 향토 축제로 변모한 것이다. 또 참여 무술단체들의 ‘따로국밥’식 참여와 조직이 큰 무술단체들의 외면은 무술축제에서 무술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이번 축제의 총 예산은 13억 정도다. 이중 외국인 선수들과 관계자 초청에 가장 많은 비용을 소요했다. 물론 이는 충주시가 부담한다. ‘28개국 참여’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퍼주기식’ 축제로 진행됐다. 지금의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세계’라는 단어가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진다.
충주무술축제가 진정한 세계적인 무술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권태기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주시가 아닌 민간단체 주도로 진행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충주시는 뜻깊은 무술잔치에 장소를 제공하고, 또 최고의 후원을 하는 것만으로도 도시홍보, 관광효과 유발 등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기업의 민영화가 한창이다. '민간의 힘'이 바탕이 되면 수익을 창출하고, 더 재미 있고, 또 진정 무술축제다운 행사가 가능할 것이다. 이 뜻깊은 행사를 '동네잔치'가 아닌 '무술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충주시와 무술단체들이 진지하게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한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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