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백곰 수련 일기 (9)


11월 25일 난생 처음 머리털 나고나서 아이스링크에 처음 섰다. 롤러스케이트는 몇번 타 봤지만 이 오리지날 스케이트는 그 감부터가 달랐다.

"자! 다리를 약간 굽히고 옆으로 밀면서 가는 거에요!" 라는 스케이트장 선생님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로지 벽잡고 간신히 서있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건데 혼자서 벽을 잡고 엉거주춤하게 서서 슬슬 앞으로 나갔다.

쌔에앵
우웃 나쁜 놈들 스케이트 못 탄다고 해놓고선 저렇게 빠르다니 배신감 느껴져

우리 도장의 유일한 고등부 2호 수진(남자), 3호 희진(남자)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고 오기로 벽을 잡고 홀로 나왔다.

"우오오오"

벽을 잡고 한걸음 내딛었을까 멋있는 오버헤드킥 모양으로 뒤로 벌러덩 넘어졌고 뒤에 오던 우리 도장 아이들도 몇몇 넘어졌다.

꾸에엑

다른 애들은 안전장비가 다 있었지만 난 장갑하나만 끼고 있었기에 그 수난을 또다시 혼자서 감당했다. 수많은 여학생들의 비웃음소리. 난 왜 어딜가나 이꼴이지?

민석이도 꽤나 잘탄다. 조그만 녀석이. 스케이트를 타다가 한바퀴까지 돌렸다. 잠시후 민석이가 달려오며 외쳤다 아주 당당하게.

"흰띠 형아!!! 같이가"

쪽팔림을 금할 수 없었다. 아마 그렇게 쫓아 오는 민석이를 무시한 채 내 모든 전속력을 냈을 것이다. 누가 그랬나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잠재능력을 나타낸다고.

크흑 민석아 날 좀 살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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