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는 업무불능 상태" 사퇴한 이경명 위원장 인터뷰

"WTF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올림픽 이후 너무 당당한 WTF의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지난달 25일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 교육위원장 자리에서 돌연 사퇴한 이경명 교수는 WTF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그동안 심판 교육, 경기규칙 등 WTF에서 행해지는 교육의 전반을 책임지져온 이 교수이기에 사퇴와 그 이유는 WTF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국제태권도계의 원로’로 평가받던 이경명 전 WTF교육위원장을 <무카스>가 지난 30일 서울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자신의 삶과도 같은 WTF를 떠나게 된 속내를 가감없이 들어봤다.
-WTF의 교육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했다. 사퇴를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심판들을 감독하는 감독관(TD)의 역할을 수행했다. 당초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조정원 총재의 부탁으로 또 한번 올림픽 현장으로 향하게 됐다. 일단 베이징올림픽 태권도경기는 성공적이지 못한 경기였다. 심판폭행과 판정번복 등 잊을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이 일순간 터져났다. 당시 심판의 관리를 담당했던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이후 WTF 내에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당신이 처음이다.
“지금도 WTF는 너무 당당하다. 올림픽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나는 그들과 함께 묻혀 (태권도인들로부터)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다. ‘그 결과를 번복할 수 없고, 오심을 행한 심판원을 징계한다’는 경기규칙조차도 연맹은 지키지 못했다. 명백히 규정에도 없는 판정 번복이었다. 규칙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국제기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8월 23일 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끝난 뒤에도 WTF는 축하 만찬을 가졌다. 정황상 여유를 즐길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조정원 총재까지 술에 취했다. 당시 유럽에서 참석한 관계자들은 WTF를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은 어떤 점에서 실패했다고 보는 것인가.
“WTF 권위가 심각하게 추락했다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면, 태권도 경기 둘째 날 임수정이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였다. 경기를 마치고 심판들이 모인 장소로 들어가는데 양진석 사무총장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주위는 올림픽 심판들이 숙연한 자세로 동그랗게 모여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사무총장이 여러분들의 공정한 심판이 있어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안경을 벗은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과연 당시 심판들이 이런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 경희대 최초의 금메달 획득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심판들이 어떤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을지 걱정됐다. 이런 일들이 WTF 전체 이미지를 대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심판문제도 그렇다. 29명의 심판들 사이에서도 편가르기가 존재했다. 약 16명 정도가 주심과 부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부심의 역할만 수행할 수 있게 나누었다. 세계 3천명의 심판들 중에 29명을 선발한 만큼 그들 모두는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심판원들 내부 단합을 저해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현 WTF 내부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좀처럼 내부소통이 되지를 않는다. 첫째로 직원들 간에 대화채널이 없다. 이금홍 사무총장이 있을 당시에는 수시로 전체직원들이 모여 서로 간 대화를 통해 쌓였던 앙금을 해소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 자리도 없거니와 서로 보듬어 주고 안고 가려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직원들 서로 깍아내리려 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일부 직원은 퇴사(WTF 노조 직원 3명)를 당하기도 했다. 사업추진도 그렇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조정원 총재에게 내년이 WTF 35주년이니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역사적인 사진과 기록물들을 집대성해 보자는 것이었다. 조 총재는 흔쾌히 받아 들였지만, 한달이 지나고, 이후에 아무리 기다려봐도 답변이 오지 않았다. WTF 태권도교본발간, 태권도 영상물 제작 등 (교육위원장이)제안을 했던 사업들 중 제대로 추진된 것이 하나도 없다. 총재는 좋다고 하는 사업추진이 실무부서로 내려가면서 수차례 취소됐던 것이 다반사였다”
-WTF에서 요청이 온다면 복귀할 의향은 있는가?
“현 집행부가 존재하는 한 WTF로 복귀할 생각은 없다. 학자로 후학들에게 길을 터주고 싶을 뿐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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