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송칼럼]현 집행부의 역사적 사명은?
레임덕 현상의 주범은 바로 조정원 총재와 그 모자라는 측근들

너무 일찍 터진 느낌이다. 아직도 일 년 이상 남았는데도 벌써 기선 잡기의 경주가 시작된 분위기다. 9월 9일자로 <최중화 입국..'오경호'의 WTF 총재 도전 히든카드?>라는 제하의 기사가 무카스에 실려서 눈길을 끌더니 이틀 후인 9월 11일에는 <박수남 부총재, WTF 총재 출마>라는 기사가 다음날의 <박수남 부총재, WTF 총재 도전 공식 발표 예정>으로 이어졌다. 물론 두 기사 모두 본인들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나온 것이라 추측기사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아직 두 당사자들로부터 반론 기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들의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무카스의 기사에 의하면 조정원 현 총재의 출마도 기정사실화 된 듯 하고, 모 그룹의 회장도 구설수에 오르는 모양이다.
떠도는 소문은 늘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여론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익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현 조정원 총재의 당선배경에는 전 정부의 실세가 개입해 있었다는 소문이 끝없이 나돌았고, 이는 정작 당선자 본인의 긍정도 부정도 없이 지금까지 흘러왔다. 이러한 마당에 지금 또 다시 모 후보를 두고 이와 비슷한 소문이 돌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누가 보아도 이러한 상황은 정상적이 아니다. 선거까지 1년도 더 남은 상황에서 출마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각 예비후보들에게 무리한 포석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리하다는 것은 이 시점에서 출마를 거론하는 것 자체로 이미 당사자들은 타 예비후보들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뜻하지 않은 낙마사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태권도계를 둘러싸고 떠도는 소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현재의 세계연맹 집행부가 사상 최악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먼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정원 총재가 당선된 데는 전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이는 조 총재의 정당성 및 정통성에 의문을 던져주었다. 이러한 의문을 염두에 두었음인지 조 총재는 김운용 전 총재와 차별화를 꾀하기 시작했고, 김 전 총재와 결부된 태권도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노라고 공언하면서 자신들을 소위 개혁세력이라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한 것이 전자호구 도입 작업이었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하여 작년 중후반께 그 정점을 찍었던 전자호구 문제를 세계연맹은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간 면이 있다. 사실 전자호구 도입에 관한 논의는 올림픽 퇴출 위기를 맞은 세계연맹이 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내 놓은 궁여지책이었다. 이는 IOC의 권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검토할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도입하기로 한 전자호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된 것으로 외부에 비쳤다면, 그리하여 이에 대한 의혹이 수차례 제기되었다면 이에 대하여 해명을 하는 것이 세계연맹의 책임 있는 행동이었을 것이지만, WTF는 이 의혹에 관하여 해명을 하는 대신 특정 인사에 대한 흑색선전만을 일삼고 있었으니, 이는 현 집행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을 키워간 결과가 되었다.
게다가 지난 해 터진 소위 ‘돈 봉투 사건’은 그 자체로 심각한 터인데, 이를 둘러싸고 보여준 WTF의 행태는 태권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떠나보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돈으로 마음을 사로잡고자 했던 그 대상자가 IOC위원이었으니,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무카스 유병철 기자가 아주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베이징올림픽에서 드러난 기막힌 사건과 사고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책임은커녕 자화자찬만을 일삼는 것은 오히려 이 집행부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으로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을 모두 다 언급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이러한 상황들이 누적되면서 가중된,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하여 태권도인들은 급기야 집행부 교체에 대한 속내를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되었고, 이는 단순히 현 집행부가 ‘부족’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제는 ‘바꾸어야 산다’라는, 태권도의 생존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실 태권도계의 상황을 조금만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생존의 문제는 아주 심각한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상황은 조정원 총재와 그 측근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태권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것이 사실이다. 국제정세에 무지했으니 IOC와의 관계를 악화시켰을 것이고, 평소에 맑은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니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고자 했을 것이다. 게다가 태권도계를 얕봤으니 태권도 언론을 농락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일찍 차기 총재선거에 대한 소문 및 기사가 터져 나오는 것은 한 마디로 조정원 총재의 레임덕 현상의 하나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 레임덕 현상의 주범은 바로 조정원 총재와 그 모자라는 측근들이다. 당신들이 입만 열면 되뇌는 ‘음해세력’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들 자신이다. 현 집행부가 4년 전 김운용 체제를 무너뜨리고 들어섰을 때의 화두는 개혁이었고, 이는 자연히 반 김운용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던 점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당신들은 이 구호를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도 유치하게 써먹었다. 당신들의 실책에 가해지는 비판은 모두 친 김운용 세력의 농간으로 치부되었고, 개혁 작업을 충실히 밀고 나가는 당신들에게 근거 없이 가해지는 ‘음해작업’으로 몰아갔으니, 이제부터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은 분명 당신들이 자초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지난 4년 동안 죽을 쑨 사람들에게 지금부터 밥을 제대로 짓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라. 태권도계에서 그대들에게 지워진 역사적 사명은 바로 죽을 쑤는 것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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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송 교수의 칼럼은 격주 금요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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