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유병철의 山山水水-최홍만은 종합격투기를 해야 한다

유병철의 山山水水-최홍만은 종합격투기를 해야 한다

네 번째 이야기 - 입식타격 고집은 ‘최홍만 죽이기’


최홍만(28)과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5·에티오피아). 전자는 한국 격투기의 간판스타로 9월27일 ‘K-1월드그랑프리 파이널16’에서 신예 바다 하리(모로코)에게 기권패했다. 다운을 한 차례 뺏고, 3라운드까지 무승부(오히려 세부채점에서는 1-0으로 앞섰다)를 기록했으나 연장전에 앞서 경기를 포기했다. 이에 대해 참 많은 말이 나돌고 있다. 판정의 공정성, “아무 이상 없는데 걱정하는 국민들을 위해 경기를 포기했다”는 최홍만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 등이 입방아의 대상이 됐다. 게브르셀라시에에게는 ‘경이적’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다. 28일 베를린마라톤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4분대의 벽을 허물었다(2시간3분59초). 지난 해 이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2시간4분25초)을 꼭 1년만에 27초나 단축했다.

만 하루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두 경기는 외견 상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게브르셀라시에가 최홍만에게 제법 쓸 만한 충고를 몸으로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고의 핵심은 이렇다. 바로 ‘선택의 문제’다.

게브르셀라시에는 원래 마라톤 선수가 아니다. 1만m 전문선수로 1990년대 초반부터 10년 동안 세계 정상을 질주했다(세계선수권 4연패, 올림픽 2연패).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세기가 바뀌면서 같은 나라 후배 베켈레를 비롯, 영파워들에게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메달권에서도 들지 못했다(5위). 같은 장거리지만 1만m는 스피드가 중요한 반면, 마라톤은 지구력이 더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스피드는 떨어지는 반면 지구력은 오히려 강점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게브르셀라시에는 과감하게 종목전향을 택했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마라톤으로 전향한 것이다. 1만m의 스피드에, 장점인 지구력을 키우면 마라톤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확신이 밑바탕이 됐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결과는 눈부셨다. 적응 차원에서 나선 하프마라톤은 아예 9차례 출전-전 대회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이어오고 있고, 마라톤에서도 시작(2005년 암스테르담) 2시간6분대를 뛰더니 입문 4년만에 두 차례 세계기록을 세우며 육상역사를 새로 썼다. 심지어 이제는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는 ‘2시간의 벽’을 언제 돌파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브르셀라시에로부터 얻는 교훈


최홍만과 바다하리의 경기모습.


이제 최홍만 얘기다. 독설가로 유명한 바다 하리는 27일 경기 후 최홍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최홍만은 한국에서 인기가 높지만 솔직히 세계 톱파이터는 못 된다. 스피드와 테크닉, 그리고 체력도 모자라다.” 부인하고 싶지만 너무도 정확한 얘기다. 최홍만은 입식타격인 K-1에서 이날까지 17차례를 싸워 12승(KO)5패를 기록했다. 그의 승리 리스트에는 ‘야수’ 밥 샙과 세미 슐츠가 포함돼 있지만 사실 정확히 따지면 충분히 평가절하된다. 밥 샙은 경기를 앞두고 도망가는 등 그동안 과대포장돼 있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된 바 있고, 한국에서 열렸던 슐츠전은 유명한 편파판정 시비를 낳았다. 터무니없는 약체 선수를 눕힌 것을 제외하면 실제 KO승률도 높지 않다. 그 KO도 펀치보다는 니킥이 대부분이었다. 한 격투기 전문가는 “사실 최홍만을 이기는 것은 쉽다. 워낙 큰 까닭에 때려 눕히는 것도 어렵지만 또 역으로 KO를 당할 위험성도 높지 않다. 이기려면 간단하다. 치고 빠지면 포인트에서 앞선다. 그러다 보니 최홍만 경기는 재미없는 경기가 자주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홍만이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게브르셀라시에의 변신’이다. 최홍만이 주무대를 입식타격기 대신 종합격투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첫 번째, 최홍만은 타고난 MMA 파이터다. 최홍만은 이미 두 차례 종합룰로 경기를 치렀다. 바비 올로건(나이지리아)을 상대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KO승했고, ‘60억분의 1’ 효도르와도 비록 암바로 패하기는 했지만 두 차례 테이크다운 뺏는 등 선전을 펼쳤다. 효도르가 경기 후 “최홍만은 신체적으로 매우 강하다. 경험만 쌓으면 종합격투기에서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최홍만은 민속씨름 최정상급 선수 출신이다. ‘던지는 근육’을 사용하는 타격보다는 ‘당기는 근육’을 주로 사용하는 종합격투에 유리한 게 당연하다. 단적인 예로 유도 출신의 추성훈이 만약 입식타격을 뛴다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둘째, 최홍만의 종합경기는 입식타격에 비해 훨씬 재미가 있다. 올로건과의 경기나 효도르전은 시청률이나 포털사이트 검색순위가 입식타격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승패를 떠나 최홍만에 대한 평판도 크게 좋아졌다. 프로스포츠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올로건을 애들 다루듯 때려주고, ‘최강’ 효도르를 두 차례나 쓰러뜨린 것은 정말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셋째, 전세계 격투기 시장이 이미 1990년대 후반 이후 급속히 MMA쪽으로 기운다는 점이다. 간단하다. 세미 슐츠와 효도르 중 누가 더 인기가 있는가. 단적인 예로 슐츠는 프라이드FC에서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서 처참하게 두들겨 맞고 실명위기를 맞기도 했다. 프라이드FC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퇴출된 후 K-1으로 와 ‘극강’이 된 것이다. 다행히도 최홍만이 소속된 FEG는 K-1 말고 MMA 브랜드(드림)를 갖고 있다. MMA의 시장잠식에 크게 위협을 느끼자 K-1식 종합격투기대회(히어로즈)를 이미 만들어놓은 것이다. K-1과의 계약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당장에라도 MMA전문선수로 변신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27일 찜찜한 패배 이후 최홍만은 종합격투기 출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제라도 좋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나가겠습니다”라고. 스스로도 MMA방식의 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최홍만의 소속은 FEG코리아가 아닌, 일본의 FEG본사다. 만약 일본측이 한국의 간판 파이터인 최홍만을 계속해서 ‘어울리지 않는’ 입식타격기를 뛰도록 만든다면 정말이지 불쾌한 일이 될 것이다. 최홍만 본인은 물론, 매니저, FEG코리아, 그리고 팬들까지 ‘최홍만의 화려한 변신’을 도와야한다.

[유병철 선임기자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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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ㅡㅡ 2008.09.29
격투기에 상식도 없는 기자가 쓴글을 읽자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히어로즈는 없어진지 오래거늘
의견 공감합니다. 2008.09.29
최강 효도르도 홍만이 씨름 기술로 두번이나 자빠뜨렸다. 씨름 경기였다면 최홍만이 이긴거다. 씨름선수들의 강한 어깨와 하체 씨름 기술은 유용 할 수 있다. 홍만이 바다하리만큼의 킥파워능력과 암바나 주짓수를 가미시킨다면 분명 MMA에서 통 할 것이다. 효도르는 삼보 그레플링 거기에 파워펀치를 지닌 현 MMA의 최고 선수다.
공감못함 2008.09.29
기자는 홍만이 효도르를 씨름기술로 자빠뜨렸다고 다 이긴줄 착각하는 모양이다.ㅋㅋㅋ 종합격투기에서는 자빠뜨리는거는 기술 축에도 못들어간다. 주짓수의 달인은 노게이라는 항상 누워서 이겼다. 그리고 주짓수 기술은 하루이틀에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다.
태권 2008.09.29
유병철 기자님 날카로운 지적으로 박용수 선수에 대해서도 써주십시요. 출렁거리는 배를 안고 나가는 태권파이터 이분이 진정 태권파이터 인가요? 그런 몸관리와 정신력이 태권도를 대표하는 분인가요? 또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으로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K1에 출전하지 않는다 하는데 레슬링 유도도 나오고 가라데 같은 경우도 도전 정신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부탁 합니다.
허어.. 2008.09.29
모르는건 기자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최홍만이 분명 그라운드기술에 약하겠지만.. 그라운드 싸움을 피하면 그만이다.. 그는 케이원에서 최상급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누구도 무시못할 키하나로 입식격투 무대에서도 중간 이상의 선수이다. 그런 그를 입식타격에서 압도할 스트라이커가 몇명이나 되겠는가.. 간혹 세미슐츠와 비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 둘은 중심이 다르다.. MMA에서 무시못할 타격과 확실한 중심을 가진선수가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봐라.. 현존 MMA파이터 중에 브록레스너급 외에 최홍만 테이크다운 시킬 선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후.. 2008.09.30
아래있는 인간아..입식타격에서는 타격이 안되서 피하고 mma에서는 그라운드가 안되서 피하고...격투기 뭐하러 하냐?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