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단증으로의 통합위한 '글로벌 전략' 시급

박천재 교수
지난 9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중대한 발표를 했다. 이날 발표된 태권도 진흥 기본계획은 최초로 정부차원에서 태권도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계획이자 법정계획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발표 내용에 가장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세계 태권도도장들을 함께 참여 시키는 글로벌 전략이 빠져 있다. 태권도장의 미래 지향적 발전 방안과 세계화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세계의 태권도장들을 국기원 중심으로 통합 시키는 실제적 방안이 빠져있다. 당연히 태권도장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내지 못한다면 정부가 발표한 진흥 계획은 그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태권도는 세계 188개국에서 7,000만명이 수련 중이라고 한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1개 도장 당 평균 140명(미국 태권도장 평균기준)이 수련하는 것을 적용하면 전 세계에는 약 50만개의 태권도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종주국의 국기원 단증을 사용하는 도장은 2,499도장으로 세계50만 도장의 0.5% 수준이다. 나머지 99.5%는 종주국의 국기원 단증을 사용하지 않고 별도로 만든 다른 단증을 사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태권도가 세계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종주국의 국기원과 연결이 되어 있는 도장은 0.5% 정도이고 나머지 99.5% 도장은 종주국의 국기원과 연계가 없다.
또한 국기원이 현재까지 배출한 총 유단자 수는 약 696만명 이다. 그러나 이들 유단자중 한국을 제외한 세계 187개국에 퍼져 있는 유단자는 7% 정도로 48만 7천명이다. 나머지 93% 유단자는 한국에 있다. 이러한 숫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태권도 인구의 0.7%만이 국기원 단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계는 태권도가 외형적으로는 세계화를 이루었지만 조직적으로는 한국화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이러한 현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태권도장은 22,600개에 이르고 있는데, 그 중 국기원의 단증을 사용하는 도장은 6% 정도인 1,364도장(전 세계 2,499개 도장 중 55%)뿐이다.그리고 국기원 단증을 소지한 유단자는 18만 4천명(전 세계 국기원 단증 소지자 48만 7천명의 중 38%)이다. 결국, 미국내에 소재한 22,600도장의 6%는 국기원과 연계 되어 있고 94%는 관련이 없다는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94%에 달하는 태권도장은 사범 개인이 만든 단증을 주고 있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한국의 태권도 현실에서 보면 이해 하기 매우 힘든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나름데로 태권도로 성공했다고 알려진 몇몇 사범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태권도를 통해 개인적인 업적을 이루었을지는모르겠으나 국기원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아니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를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태권도의 날 행사에서 비전선포식을 하는 유인촌 장관(가운데)
이들은 한국에 가서 태권도로 성공 했다고 매스컴을 타고 애국자 적인 면모를 과시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분들이 가르치는 태권도의 외형은 태극기를 걸고 종주국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자기가 만든 태권도를 가르치고 자기가 만든 급증과 단증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더러는 자신의 태권도를 내세우기 위해 국기원 태권도를 멸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국기원 태권도를 자신이 만든 태권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태권도 사범들 (비 한국계 포함)은 자신이 변형 시킨 사유화 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국기원 단증을 사용하지 않는 미국의 94% 도장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그들은 국기원에 심사비를 내면서 국기원 단증을 사용하는 사범들을 어리석다고 여기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들을 탓 할 수 만도 없는 실정이다.미국의 태권도장은 100%가 사범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업 형태이기 때문에 가라대, 쿵후 도장과의 경쟁은 물론 태권도장 간에 피나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비교적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세계 최대의 무술 시장이다. 따라서 태권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무술들이 서로 엄청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범들은 경쟁 도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또 자신을 독보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태권도를 갖기 위해, 자기만의 태권도로 변형 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역사적으로 무술이 지닌폐쇄성과도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도 국기원을 배재한 상태에서 태권도를 사유화 시키고 있는 근본적인 요인을 들자면 태권도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일선 태권도장들의 운영은 철저하게 사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은 국기원의 단증을 사용하기 보다는 자신을 알려 단기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발표 된 태권도 진흥 기본계획에는 이같은 세계 태권도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종주국 국기원에 등을 돌리고 있는 세계 99.5% 태권도장을 함께 참여 시키는 ‘글로벌 전략’이 가장 먼저 다루어 졌어야 마땅하다. 막대한 소요 예산과 함께 종주국 정부에서 수립한 최초의 국가적인 태권도 진흥 기본계획은 직간접적으로 국익을 창출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국기원에 등을 돌리고 있는 99.5% 의 도장들을 참여 시키는 글로벌 전략이 가장 우선 됐어야 한다.
국고 3,140억을 포함 총 7,459억의 예산이 투입 되는 태권도공원을 건설하고 나면 국기원이 세계 7,000만 태권도인들을 불러 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사유화 시킨 태권도를 가르치고 국기원 단증을 사용치 않는 세계 99.5% 도장 사범들은 자기 수련생이 태권도공원에 가는 것을 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제 까지 자신이 최고라고 가르쳐 온 태권도가 국기원과 다르고 자신이 발행한 단증이 세계 태권도 본산인 국기원의 정통성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도장은 수련생 이탈로 수입이 줄어들어 결국 도장 문을 닫게 되는 사태로 이어 질 것이 눈에 훤하다.
태권도 진흥과 태권도 공원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수천, 수만가지로 사유화 된 태권도를 가르치는 세계 99.5% 도장을 국기원 태권도 하나로 통일 시키는 글로벌 전략이 선행 되어야 한다. 이 전략에 분명하게 들어가야 할 내용에는 혼자서 외롭게 경쟁해야 하는 자영업 사범들의 힘을 덜어 주고 도장 수익을 증대 시켜 준다는 확신을 주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내용과 전략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태권도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국기원 태권도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국기원의 정통성과 기술, 정신, 문화를 수련생과 일반인들에게 까지 충분히 알릴 수 있는 홍보, 광고 활동이 필수적으로 선행 돼야 할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미국 현지에서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최근 문화 체육 관광부에서 발표한 진흥 계획의 실효성을 높히고, 세계 모든 태권도인들과 태권도장들이 이에 따르는 혜택을 다 함께 누릴 수 있기를 희망 하는 뜻에서 다음과 같이 칼럼 연재를 계획하고 있다.
1부 - 전 세계 7,000만 태권도 인구를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구축 방안
2부 - 국기원의 위상 재정립과 태권도의 단일화 방안
3부 - 세계 50만 일선 도장의 활성화 및 태권도의 국제사회 공헌 방안
4부 - 태권도의 산업화 세계화에 따른 대한민국 세계화 기여 방안
박천재 교수 약력
- 한국 체육대학 졸업 (’82)
- 대한 체육회장 비서실 근무 (’86)
- University of Maryland 박사 (’95)
- 세계 태권도 대회 금메달 (’82)
- 국기원 태권도 8단 승단(‘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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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재 교수의 칼럼은 격주 수요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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