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베이징올림픽 태권스타들의 추석나기
손태진,차동민 - 전국체전으로 개인훈련 / 임수정은 여행, 황경선은 집으로
무더웠던 여름 전 국민들에 시원한 ‘금 바람’을 선물해 준 4명의 베이징 태권스타들은 2008년 올림픽한가위를 어떻게 보낼까. 3일간의 짧은 연휴 동안 태권도스타들의 추석나기를 살펴봤다.
손태진, 차동민 - “추석 때도 운동해요”
두 남자 선수들에게 추석연휴는 아무리 해도 ‘사치’인가 보다. 전국체전 출전에 따른 부담감에 걱정이 태산이다.

손태진
손태진은 올림픽금메달리스트로 금의환향한 고향집에서도 운동만 생각하고 있다. “집이에요. 자고 있어요.” 연휴 전날인 12일 경상북도 경산에 있는 고향집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던 손태진(20,삼성에스원)을 깨운 시간은 오후 3시. 이제 막 정신을 차린 그는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운동을 해야 한다"며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10월 전국체전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망신을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집 근처 산을 뛰면서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어요. (전국체전만 생각하면)걱정돼 죽겠어요, 이겨도 본전인데, 지면 어떻게 될지 정말이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당장 6kg이나 감량해야 되요. 추석인데 마음껏 먹지도 못하겠어요." 실제로 손태진은 올림픽 이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팬 사인회와 언론사 인터뷰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하며 선수가 아닌 ‘올림픽스타’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더 힘든 것은 고향사람들의 뜨거운 환호다. 모처럼 만에 찾은 올림픽금우승자를 고향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는 것이다. 친지 및 고향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13일에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와 포항의 프로축구 경기에서 시축을 하고 사인회도 가질 계획이다. 손태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가 아니라 "어서 빨리 한가위가 지나가라"인 것이다.

차동민
차동민(22,한국체대) 역시 편안히 앉아서 추석을 보내기는 힘들 것 같다. 차동민은 13일 “훈련파트너만 있다면 추석 때도 운동하고 싶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고요. 운동할 때가 없어서 동네 헬스크럽에라도 가려고요. 전국체전 준비 좀 해야죠”라고 말했다. 다행히 헤비급으로 체중감량을 할 필요가 없는 차동민은 오히려 “태진이가 힘들 겁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 가리지 않고 먹어도 되지만 태진이는 제법 많이 감량을 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라며 걱정했다.어찌됐건 차동민도 이번 추석은 집에서 보내게 됐다. “시골이 전라도 장흥이라 짧은 연휴기간 동안에 다녀오기는 힘들겠어요. 수원(집)이나 도봉동(친척들 모임)에 있어야죠. 아참 술은 안 먹을 겁니다. 아니 못 먹죠. 전국체전이 코 앞이라...”. 차동민은 앞서 8월말 고향에 다녀온 바 있다.
차동민도 손태진과 마찬가지로 축구장에 가야한다. 축구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오는 20일,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스의 광주전 홈경기에 앞서 시축과 팬 사인회를 하게 된 것이다. 정말이지 “훈련보다 행사하는 게 더 힘들어요”라는 올림픽영웅들의 볼멘소리가 이해가 간다.
임수정, 황경선 - 홀가분한 한가위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남자 선수들에 반해 여자선수들은 제대로 된 ‘휴식’, 추석연휴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임수정
현재 임수정(22,경희대학교)은 전화기도 꺼 놓은 채 친구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각종 방송출연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그는 “행사 다니느라 너무 힘들어서 쉴 수가 없었어요.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라고 말했다.임수정에게 이번 추석은 나름 의미가 깊다. 6년간 이어져 온 부진의 늪에서 탈출한 후 처음 맞는 한가위이기 때문이다. 앞서 임수정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우울증으로 병원치료까지 받은 바 있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임수정은 항상 고독하고 우울했다. 임수정은 “제게는 이번 추석이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하는 '진짜 추석'이에요”라며 웃었다.

황경선
부상만 아니었다면 황경선(22,한국체대)도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베이징올림픽 8강전에서 왼쪽 무릎인대 부상이 그나마 황경선에게 쉴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 줬다. 덕분에 남양주(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황경선은 독서도 하고 TV도 보면서 꿀맛 같은 연휴를 보내고 있다.1년 365일이 언제나 ‘훈련중’이었던 올림픽 태권스타들이 모처럼 맞은 한가위. 일반 가정은 남자에 비해 집안일로 허리가 휘는 여자들이 더 힘들지만 태권도스타들은 정반대다. 손태진, 차동민이 전국체전 출전으로 ‘부담백배’이지만 임수정, 황경선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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