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운규 국기원장, "올해 안에 소박한 퇴임식"

[단독인터뷰]“국기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11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엄운규 국기원 원장을 만났다. 근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엄운규 원장은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평온한 모습이었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인사말을 건네자 엄 원장은 “마음이 편하니까 그런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11일 만난 엄운규 국기원장
지난 6월, 엄운규 원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이는 13년 전 국기원 보수, 증축과 관련해 서울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이 강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추징금을 내게 된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다. 엄 원장은 그동안 차마 밝히지 못했던 속내를 꺼냈다.“국기원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왔다. 누구보다 국기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죽했으면 내가 사표를 제출 했겠는가. 서울시협회가 30년을 넘게 다닌 교회 앞에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내용을 써서 피켓 시위를 했다. 그러자 가족들이 회의를 열어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국기원에 있을 필요가 있냐’고 그만두기를 종용했다. 서울시협회를 만든 사람인 난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참담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엄 원장의 사표 제출한 것이 대외협력단의 80년대식 밀어붙이기 때문은 아니다. “강남구청의 추징금이 나오자, 국기원 이사 중 누구하나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각자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대안이 없다며 내 사표를 반려했다. 웃긴 일이다”고 냉소를 보냈다.
엄운규 원장은 국기원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엄 원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정법인 전환에 있다고 말한다. “유인촌 장관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원장 혹은 이사장을 맡아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국기원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고령의 나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 맞다. 국기원과 정부가 합의를 통해 능력 있고 도덕적인 사람을 중용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국기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일각에서는 사표 제출 이후 국기원을 왕래하는 엄 원장에 대해 언행일치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엄 원장은 “내가 이전에 맡아 마무리해야 할 일은 책임감 있게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새로운 이사장과 원장이 선임되면 인수인계 작업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저런 정리를 위해 지금까지 몇 번 국기원에 나간 것을 가지고도 말이 많으니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후 무거운 이야기는 던져버리고, 과거의 태권도로 여행을 떠났다. 과거 청도관 시절, 군대이야기, 태권도협회 설립 등 태권도 산증인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내용은 그대로 옮기면 바로 책이 될 듯싶었다.
자연스럽게 퇴임식이야기가 나왔다. 엄 원장은 “소박하게 하고 싶다. 태권도계 지인들과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 “올해 안에 퇴임식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램도 덧붙였다.
엄운규 원장은 후배 태권도인들에게 따끔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엄 원장은 “태권도인들 스스로가 질서를 깨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욕망 때문”이라며 “태권도인들 스스로가 반성하고 무엇이 옳은 일이지 심사숙고한 후 행동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엄운규 원장의 뒷모습은 상당히 가벼워 보였다. 하지만 거꾸로 그가 남긴 빈자리는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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