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스타들, 전국체전 ‘金’이 더 어렵다

박태환, 장미란 등 타종목과는 달라

지난 4일 태권도의 날 행사에 참석한 올림픽 태권도영웅들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지난 4일부터 다시 물에 몸을 담갔다.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애써 만들어놓은 최고의 몸상태가 더이상 떨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 역도의 ‘간판’ 장미란(25·고양시청)도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강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멀리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한 훈련재개라는 의미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오는 10월10일부터 열리는 ‘제89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군계일학'이기 때문에 박태환과 장미란이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놓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태권도는 사정이 다르다. 사상 첫 올림픽 전체급 석권에 빛나는 4명의 태권영웅들은 앞선 두 선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기량차가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국내 선후배들을 상대로 전국체전에서의 피터지는 토너먼트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일단 기량면에서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태권도는 원래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종목이다. 여기에 올림픽 이후 각종 미디어노출과 행사참여로 인해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독도행사, 팬사인회 등의 강행군으로 휴식은 물론 개인적으로 주변 친구들과 만날 시간조차 없다. 또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이라는 심리적 부담감도 작용한다. 오히려 전국제전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해온 국내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불리한 상황이다.
먼저 ‘꽃미남’ 손태진(20,삼성에스원)의 피로는 가장 극심해 보인다. 당장 6kg의 체중을 감량해 전국체전에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시원한 맥주한잔 마실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 쇄도하는 CF 출연 제의도 대부분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차동민은 그나마 낫다. 체급이 헤비급인 까닭에 체중 감량 부담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12일 서울시 선발전이라는 치열한 1차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자칫하면‘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지역예선 탈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걱정이에요 다들 지켜볼 텐데.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하지만 학교와 지역의 명예를 위해 나가야 되지 않겠어요?”
올림픽에서 감동의 부상투혼을 보여준 황경선(22,한국체대)은 이점에서는 되려 부상 덕(?)을 보고 있다. MRI 촬영 결과 3주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전국체전 출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모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부상이 '새옹지마'가 된 것이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CF출연을 소화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고 한다.
임수정(22,경희대)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전국체전 출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올림픽 후폭풍'을 즐기고 있다. 전화인터뷰를 시도했더니 "저 기자님, 제가 지금 방송중이라서요. 미안해요”라며 양해를 구했다.
4년전 아테네올림픽 메달리스트(비 태권도)가 전국체전에서 메달획득에 실패하자 소속 시군청팀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믿기 힘든 해프닝이 있었다. 우리의 베이징 태권스타들이 설사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력으로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도 야박하게 나무라지는 말자. 최소한 태권도 종주국에서는 "이리저리 불려다니느라 힘들어요. 빨리 체전을 마치고 진짜 쉬고 싶어요”라는 그들의 속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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