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악재 속에 희망'

22개국들의 메달 획득, 약소국들의 메달 도전 / 현장과 TV는 틀리다(?)

베이징올림픽 태권도경기 당시의 박진감 넘치는 한 장면.
사상 초유의 판정번복과 심판폭행, 그리고 재미가 없다는 악평. 올림픽종목 태권도에 관해 이래저래 좋지 않은 얘기만 들린다. 국내외 언론에서 '퇴출설'까지 무성한 게 사실이다. 그럼 한국의 국기 태권도가 이토록 처참하기만 한 것일까? 워낙 큰 사고에 가려 태권도의 장점이 가려진 것은 아닐까? <무카스미디어>가 2008베이징올림픽의 태권도를 다른 관점에서 분석했다.
◆22개국들의 메달 획득, 올림픽 최고의 메달분배 효과
이번 베이징에서 경기결과에 불만을 품은 해외 참가국들이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WTF)에 제기한 소청 건수는 모두 6건이다. 한국과 노르웨이의 여자핸드볼 준결승 경기에서 알 수 있듯 스포츠에서 오심은 완벽하게 배제할 수 없다. 경기 수에 비하면 소청 숫자가 많다고 할 수 없고, 또 소청 숫자만으로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쉽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또 올림픽 태권도가 스포츠약소국들에게 메달을 안겨주는 가장 '평등한 종목'이라는 점도 크게 간과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15개국이 메달 획득에 성공한 것에 반해, 이번 베이징에서는 무려 7개국 늘어난 22개국이 메달을 나눠가졌다.
2004년 올림픽 당시 24개였던 총 메달 수가, 체급별로 동메달이 하나씩 추가된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이 정도면 타 종목이 따라올 수 없는 고른 분포라는 평가다. 이는 IOC도 높게 평가하는 태권도만의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올림픽 28개 정식 종목들 중 유일하게 약소국들이 메달 획득에 도전해 볼만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스포츠강대국들이 그들만의 메달전쟁을 펼칠 때 전쟁에 찌든 아프가니스탄에 72년 만에 첫 메달을 안긴 태권도 남자 58㎏급 동메달리스트 로훌라 니크파이(20)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전세계 주요외신을 통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현장과 TV는 틀리다(?)
베이징올림픽 태권도경기를 시청하던 상당수의 시민들은 태권도에 ‘재미없다’는 낙인을 찍었다. 올림픽태권도 경기 종료 직후 연일 국내 언론에서도 ‘태권도경기 재미없다’는 기사를 쏟아냈으니, ‘태권도 = 재미없음’이라는 이미지는 당분간 지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관중석에서 직접 지켜 본 사람이라면 ‘재미없다’는 말을 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먼저 대다수 방송을 통해 태권도를 본 한국팬들에게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워낙에 강한 한국 선수들과 이를 상대로 신중한 경기운영을 펼칠 수밖에 타국선수의 경기는 기본적으로 소극적인 양상이 되기 쉬운 것이다. 축구에서 강팀들 간의 경기에서 득점이 잘 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어쨌든 한국 내 태권도 중계는 전 경기를 내보낼 수 없는 올림픽 방송의 한계 때문에 주로 한국선수들의 경기만 비춰졌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지난 20일부터 열린 태권도 경기들 중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들에서는 화려한 기술 등이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졌다. 이는 8,000석의 북경과학기술대학 내를 찾은 관중들을 잠시도 앉아 있을 수 없게 만들었을 정도로 뜨거웠다.
유도 경기장으로 쓰였던 북경과학기술대학교(20일부터는 태권도경기장으로 사용) 내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한 중국학생은“유도경기 할 때는 많이 놀고 쉬면서 일했다. 하지만 태권도 경기 할 때는 (관중이 많아)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렇듯 TV중계를 통한 재미없는 태권도의 이미지에서 가장 아쉬운 경기는 바로 마지막 날인 23일, 일진일퇴의 승부가 계속되며 이날 최고의 경기를 선보인 남자 +80kg급의 차동민(한국체대․22)의 금메달 도전이다. 관중과 대회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숨막히는 경기를 펼쳤던 차동민의 방송중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의 결승전에 묻혀 버렸다. 지상파 3사는 야구중계 화면 밑에 작은 화면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이 유력한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은 것은 한 마디로 '사건'이다.
유범진 전중고육상경기연맹부회장은 "(올림픽 태권도가)솔직히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자꾸 볼수록 유효타를 구분하게 돼 아주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세혁 대표팀 감독도 "태권도의 발차기는 정말 순간이다. 선수들의 기술이 아주 빠르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슬로우비디오를 통해 봐야 유효타 여부와 그 강도 등 생생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한국이 전 세계인에게 내놓은 최고의 문화상품인 태권도가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분명하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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