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판정번복 하긴 했는데, 경기규칙에도 없으니...

WTF측, 태권도가 공정한 스포츠라는 증거 / 경기규칙 상으로는 판정 번복 불가능

금메달 리스트 손태진의 경기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WTF)이 내린 판정번복이라는 초유의 결정에 비판의 소리가 높다. WTF 경기규칙에도 없는 판정 번복을 내린 것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상황은 올림픽 태권도경기 마지막 날인 지난 23일로 돌아간다. 여자 +67kg급에 출전한 첸중(중국)과 사라 스티븐슨(영국)의 경기 결과는 1:0 천종의 승리였다. 약 1시간 정도 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은 장내 멘트를 통해 스티븐슨이 3라운드 막바지에 날린 얼굴 내려찍기를 득점으로 인정, 판정을 뒤집었다.
WTF의 한 집행위원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규칙에도 없는 판정번복을 출전국들에게 이해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WTF측은 태권도가 공정한 스포츠라는 증거이며 깨끗한 경기문화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였다는 엇갈리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는다. WTF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경기 중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소청위원회를 소집해 판정을 번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는 개최국 중국이 판정 번복에 대한 거부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부연했다.
하지만 이런 WTF의 강변은 자신들의 경기규칙 앞에 서게 되면서부터 금세 말을 잃는다. WTF 경기규칙 제24조 소청 및 상벌 중 결과의 처리 부분 중 △경기결과 처리의 착오 : 점수계산착오나 청, 홍선수의 착각에 의한 경우는 그 결과를 번복한다 △규칙적용의 착오 : 주심이 규칙 적용을 명백히 착오한 것으로 판명 되었을 때는 그 결과를 번복하고 주심을 징계한다는 조항을 살펴봐도 금번 판정번복을 뒷받침하긴 힘들다.
마지막 조항인 ‘사실판단의 착오’ 부분을 번역해도 “주심 또는 부심 등이 타격의 강도, 행위의 정도, 고의성 유,무 또는 행위의 시간적 유효성 여부 등 사실판단에 있어 명백한 착오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그 결과를 번복할 수 없고 오심을 행한 심판원을 징계한다”고 만 명시돼 있다.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주관했던 심판진 역시도 의견은 동일하다. 수차례 올림픽에 참가 한 바 있는 한 외국 국적의 올림픽 심판은 26일 무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판정번복을 적용 시킬 수 있는 WTF 경기규칙 조항은 없었다. (판정번복이) 안 됐어야 했다”며 “(천종과 스티븐슨의 경기는) 5명의 심판진 중에서 3명이 잘못을 했다. 판정번복을 했다면 해당 심판들의 징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엎친 데 덮쳐 쿠바 선수가 심판에 날린 하이킥으로 태권도의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치달았지만, WTF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선수 개인의 비이성적인 돌출행동이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판정 번복 역시도 규칙을 무시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결정을 내렸다는 논지다.
여기에 그들은 올림픽 이후 국내외 언론이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퇴출을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한다. WTF의 한 핵심 관계자는 “역대 올림픽 중에 이번만큼 심판판정이 정확했던 적은 없었다. 일부 메달을 놓친 해당국가의 언론에서 떠드는 것”이라며 “도리어 이런 문제들로 인해 태권도홍보가 더 잘됐다”고 반겼다.
한편 WTF의 양진석 사무총장은 “올림픽 이후 29명 심판들에 대한 총점을 낼 것”이라며 “득점 상황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혼자 점수를 누르지 않은 심판들의 실수를 잡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9명 심판 개개인의 실수를 합산해 문제가 드러난 심판들은 (차기 올림픽에서) 가차 없이 제외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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