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올림픽 절대절명 위기, 유일한 호재는 누구?

WTF 전자호구 도입 발표.. 유일한 공인업체 라저스트(Lajust) 2012년 올림픽 사용 가능.

전 경기 전자호구를 사용해 치른 제18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경기모습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으로 얼룩졌던 올림픽 태권도경기 종료 직후인 지난 23일. 조정원 총재는 WTF 집행위원들과 만찬에서 2009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 전자호구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같은날 여자 +67kg급 8강전에서 중국의 태권도 영웅 천종과 영국 사라 스티븐슨의 경기가 끝난 뒤, 판정번복이라는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의 쇼킹(?)결정에 이어 남자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심판 얼굴에 돌려차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다. 당시 WTF로서는 전자호구 도입 카드를 꺼내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태권도에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는 가운데 겉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전자호구 제조업체인 라저스트(Lajust)였다.
희소식을 전해들은 라저스트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전자호구 개발에 투자했던 시간들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현재까지 WTF가 공인을 내준 전자호구 제조업체는 라저스트(Lajust)가 유일하다.
뜻하지 않게 올림픽 최대 수혜주가 된 라저스트를 두고 WTF 핵심 관계자들도 우스갯소리로 “이제 남은 건 전자호구입니다. 잘 좀 부탁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니 라저스트 창립 이래 최대 경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TF와 맺은 계약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까지 WTF가 주최하고 인가하는 대회에 전자호구를 사용할 경우 라저스트 전자호구만을 사용한다는 조항이 명시 돼 있다. 이는 지금의 라저스트를 웃게 만드는 일종의 ‘생명보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전까지 과연 스포츠용품 업계 ‘절대강자’ 아디다스가 세계 188개 회원국을 가지고 있는 태권도 시장을 포기할지 만무하다는 것. 이외에도 올림픽 특수를 타기 위한 수많은 태권도용품 제조업체들의 한판 '공인전쟁'이 불을 보듯 훤하다는 것이 이들을 압박한다.
실례로 유럽태권도연맹(회장 파라갈로스, ETU)은 지난 제18회 ‘2008유럽태권도선수권대회’ 전 경기에서 아디다스 전자호구를 사용한 바 있다. 여기에 ETU가 차기 대회 역시도 아디다스 전자호구 사용을 거의 확정했다는 소식이 지난 20일 더해졌다. 이미 공인전쟁은 시작됐고, 자칫 유럽을 등지게 될 수도 있는 WTF로서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라저스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여러 외압에 견디다 못한 WTF의 ‘변심’이다. 지난 1982년부터 전자호구 개발의 중책을 맡아 온 김종대 라저스트 부회장은 타사 제품이라도 성능이 뛰어나다면 공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WTF가 계약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 주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공인 받은 라저스트의 전자호구만을 올림픽 혹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용하게 될 경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솓구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홀로 기업은 결코 수요자들이 원하는 적정 가격대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쉽게말해 여러 용품 제조업체들의 자율 경쟁 환경을 조성해 가격대를 최대한 다운시켜야 한다는 견해다.
라저스트는 손과 발의 유효타를 구분해 내는 특허기술을 2017년까지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WTF가 제시한 표준 스펙 역시 라저스트의 기계적 성능을 참고해 재구성했다. 결국 라저스트의 독점 기술 개방 없이는 경쟁업체들은 똑같은 스펙을 가진 호구를 생산해 내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25년간의 연구개발의 성과, 이제 남은 건 WTF의 약속이행 뿐이라고 말하는 라저스트. 이대로라면 2012년 런던 올림픽 특수로 라저스트는 어마어마한 기업으로도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경쟁 업체들의 외압과 회유를 과연 WTF가 견뎌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키는 WTF에 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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