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페스 일가 ‘가문의 영광’ 대신 ‘가문의 수모’
“잘하면 금메달 3개, 못해도 2개는 건질 줄 알았는데…”

올림픽 3연패 도전에 실패한 스티븐 로페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태권도 유전자로 유명한 미국의 로페스 가문이 큰 기대를 걸었던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쳤다. ‘가문의 영광’을 꿈꿨지만 ‘가문의 수모’를 당한 것이다.
22일 북경과학기술대학 체육관. 남자 -80kg급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로페스 가문의 둘째 스티븐(30)은 8강전에서 이탈리아의 새르미엔토 아우로에게 서든데스 접전 끝에 오른발 몸통 돌려차기를 허용, 패자전으로 밀려났다. 앞서 21일 여자 -57kg급의 다이애나 로페스(24)가 동메달에, 남자 -68kg급의 마크 로페스(26)가 은메달에 그친 까닭에 로페스 가문의 충격은 크기만 하다.
이 때문이었을까. 22일 경기 직후 맏형으로 미국대표팀 코치를 맡은 진(34)이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스티븐 로페스의 8강전은 심판판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기 초반 2라운드까지 스티븐이 2-0의 리드를 지켰지만 3라운드 종반 무렵 집중력 부족으로 확실한 역전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니카라과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아버지 훌리오 로페스의 영향을 받아 4남매가 모두 태권도와 깊은 인연을 맺은 로페스 가족은 종주국 한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전 위주의 독창적인 태권도를 구사하며 세계무대를 휩쓸었다. 진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최소한 금메달 2개는 자신한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태권도 경기장의 중국 관중들은 이상하리만큼 ‘반 로페스’ 정서가 심했다. 스티븐의 상대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했고, 거꾸로 스티븐에게는 야유를 퍼부었다. 중국과 종합 1위를 놓고 다투는 미국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싫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중국 ‘찌아요 부대’들의 저주까지 곁들여진 까닭에 로페스 가문의 몰락은 더욱 초라해 보였다.
(사진 = 무카스미디어 베이징 특별취재팀)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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