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태권도를 군(軍) 부대에서
올해 학군38기 육군 장교로 임관하여 7월에 이곳 6012부대 소대장으로 전입을 왔다. 내가 꿈꿔왔던 것은 나의 사랑하는 태권도를 군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게해 주는 것이었다.
대학시절 한창 태권도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을 때, 군대 간 친구들이 앞차기 한번으로 승단을 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나로서는 가장 큰 불만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사회에서의 일반 도장에서도 무분별하게 유단자를 배출하는 것은 마찬가지 였으나, 군에서의 현실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전입온 지 한달만에 괴짜같은 제안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이곳에 동아리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소위에게는 이른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중대장님께 혼자 시범을 보이겠다고 제안을 했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중대에서는 일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을 허가해 주었다.
전 중대원, 전 간부가 보는 앞에서 그것도 아직 부대 환경에 적응하지도 못했던 나로서는 무척 긴장이 되었으나, 숨 호흡을 크게 하고 시범을 시작하였다. 품새, 격파, 낙법, 태권무 순으로 시범을 보였으며, 송판과 칼 등은 병사가 잡도록 하였다.
각 시범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 시범에 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 그런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놀랍기만 하다. 결국 시범은 무사히 마쳤고 20여명의 동아리 회원을 모집하여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11월 중순에 우리 부대로 책가방 없는 날 행사 때문에 인근 초등학생들이 견학을 온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곧 대대장님께서는 병사들을 모집하여 태권도 시범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셨다.
우리 중대에서는 20명이 태권도 시범을 준비하였으며, 타 중대에서는 40여명이 태권무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병사 20명을 선발하고 나서는 걱정이 먼저 앞섰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이 태권도의 기초도 없는 인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군인으로서 위력적인 격파를 보여 주는 것이 필요했고, 기와장이나 송판 등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비용 문제도 걱정거리였다. 시범은 병사들이 기본동작과 위력적인 격파를 하고, 내가 발차기 위주로 격파를 하기로 하였다. 비용 문제는 인근 기와 제조 공장에서 기와를 최소한의 가격으로 구입하고, 대리석을 공짜로 얻어서 해결했다.
11월 29일 11시, 60명의 병사를 데리고 시범을 보였다. 400명의 초등학생과 20여명의 교사들, 대대장님을 비롯한 이하 간부들 앞에서. 시범은 성공적이었다. 기번동작, 태권무에서 통일성이 보였으며 실수없이 기와장과 대리석, 송판을 격파했고 나 또한 좋은 컨디션으로 시범을 보였다.
시범이 끝났을 때 대대장님께서 나를 향하여 엄지를 내세워 최고라고 표시해 주었으며 격려금까지 전해 주었다. 내겐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우리 부대가 태권도 시범을 보인 것이 처음이라서 모두의 기대가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시범을 준비하는 동안 병사들에게 강조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절대 태권도의 전부가 아니다.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전역했을 때 태권도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수련에 도전해 주는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태권도 실력 면에서, 장교로서의 자질 면에서 아직은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지만 열심히 수련하여 최선을 다해 보고자 한다. 내 평생의 직장으로 생각하는 군대에서 내 평생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태권도 보급에.
군대는 분명 태권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도장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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