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복권] 용의 부활, 그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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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나 국내스포츠계 보다는 IOC위원 복직이 목표
4개월 전 ‘삼국지-용의 부활’이라는 3개국(한 중 홍콩) 합작영화가 개봉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손권 등 기존의 주연들 대신 조연이었던 조운(조자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특별한 시도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사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그 많은 장수들 중 조자룡만큼 무예, 지력, 인품, 충성심 등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두루 갖춘 이도 없다(중국에서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관우는 제외).
태극전사들의 선전으로 베이징올림픽 초반, 그 열기가 더없이 뜨거운 가운데 한국 스포츠에도 ‘용의 부활’이 현실화됐다. 용(龍)은 바로 김운용 전 IOC수석부위원장(77·이하 김운용 전총재)이다. 그가 오는 8월15일 건국 60주년 광복절 사면 조치를 통해 복권됐기 때문이다. 뭐 조자룡만큼은 아니지만 워낙 높은 곳에 있다가 한 순간에 실형을 살 정도로 밑바닥까지 떨어진 김 전총재의 삶이 파란만장한 까닭에 나름대로 흥미가 진진하다.

김운용 전총재는 한국전쟁 참전 장교, 516군사혁명 당시 내각수반 비서, 고위 외교관 및 박정희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현대 태권도의 아버지로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WTF) 창설, 86년부터 IOC위원으로 88서울올림픽, 2000부산아시안게임, 2002한일월드컵 개최 등을 성사시키며 국제스포츠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한국이 도전장을 낸 국제종합스포츠대회 개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해서 ‘동방불패(영화제목)’로 불리기도 했다. 또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2001년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지구촌 스포츠대통령인 IOC위원장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榮華)는 참여정부 때 순식간에 무너졌다. 2003년 평창이 2010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자 지독한 ‘김운용 방해설’에 시달렸고, 결국 2004년 초 공금횡령으로 국기원장, 대한태권도협회장, WTF총재 등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IOC위원직만큼은 고수하려고 했으나 정치권력의 의중이 담긴 ‘닥터 김 죽이기’는 버티기 힘들었고, 그 유명한 삼각빅딜설에 따라 2005년 자진사퇴했다. 한 때 수십개의 직함에 국회의원 비서관을 포함해 20명에 달하는 비서진이 있었지만 지금은 단 한 명의 수행비서만을 두고 있다.
세월도 많이 흘렀지만 한국의 정치적, 국제스포츠외교적 상황도 크게 변했다. 정치권력은 10년만에 보수진영으로 넘어왔고, 김운용을 무너뜨린 사람들은 대부분 물러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그 사이 한국 스포츠외교는 땅에 떨어졌다. 2007년 평창의 두 번째 올림픽 유치 도전은 국가적으로 자신하며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러시아에 졌고, 광주 하계U대회 개최도 실패했다. 여기에 한국의 IOC위원은 이전 3명에서 사실상 제로로 떨어졌다. 박용성 전 국제유도연맹 회장이 자격을 잃었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마저 비리로 국내에서 사법처리를 당하며 사실 상 활동을 못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김 전위원장이 연출해 세계를 감동시킨 남북한 동시입장도 베이징에서는 무산됐다.

김운용 전총재
산이 클수록 골이 깊다고, 몰락의 강도가 워낙 심했기에 이번 부활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복권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전위원장의 여의도개인사무실은 쇄도하는 축하전화로 정상업무가 마비됐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줄을 서고 있다. 그만큼 향후 김 전위원장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김운용 전위원장이 언제 어떤 식으로 공직을 맡게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전 그가 맡았던 직함이 워낙 크고, 또 많았기에 각종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국기원이나 WTF가 공백기간 동안 바람 잘 날 없었다는 면에서 컴백론이 나오고 있고, 대한체육회와 IOC위원 복권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김운용 전총재는 일단 당분간은 IOC위원직 되찾기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 태권도는 이미 올림픽 종목으로 올려놓은 만큼 창설자로 전면에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나 KOC도 명예직으로 뒤에서 돕는 것이라면 모를까 공식직함을 거는 것은 오히려 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IOC위원는 개인자격 위원으로 80세까지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명예회복의 가장 상징적인 자리다. 80세 이후에는 명예IOC위원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김운용 전 총재는 8월초 베이징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에게 “나에 대한 평가는 몇몇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다. 역사가 말 해 줄 것이다. 현재의 IOC나 국제언론도 2005년 사표 제출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사법처리로 IOC위원직을 박탈당했다가 사면 후 복권된 사례도 다수 있다. 2006년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를 받아 IOC를 떠났고, 이후 프랑스 정부가 국익을 위해 사면했던 기 드뤼 위원은 곧바로 IOC위원직을 되찾았다. 물론 김운용 전총재의 영향력을 극도로 경계하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아직 건재하다는 점에서 IOC위원 복권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막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마란치 명예IOC위원장이 김운용 전총재의 복권에 대해 적극적이고, 로게 위원장도 2009년 재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IOC내에서 닥터 김의 부활’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삼국지의 조자룡은 일당백의 무술실력으로 유명하다. 특히 칠십이 넘은 나이에 제갈공명의 위나라 원정길에 나서 위의 선봉대장 한덕과 그의 네 아들과 모두 싸워 죽이고, 총대장 하후무까지 사로잡은 일화는 거의 전설에 가깝다. 또 삼국지에서 ‘충(忠)’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김운용 전총재가 영화처럼 70대에 화려한 ‘용의 부활’을 선보이며 위기에 빠진 한국스포츠외교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유병철 선임기자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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