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전자호구’와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기자의 눈]태권도 전자호구 운명 베이징 올림픽이 결정

지난해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모습. 전 경기 라저스트 전자호구가 사용됐다
베이징 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대회 초반 한국은 중국, 미국에 이어 금메달 5개로 종합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져 대회 막바지 한국의 효자 종목인 태권도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오늘은 어찌 보면 이번 올림픽과 관계없어 보일지 모르는 태권도 전자호구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열린 스포츠 파빌리온 경기장으로 돌아가 보자. 태권도 경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판정시비는 아테네 올림픽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경기는 중단되고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 자크 로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태권도 경기장을 찾아 이 장면을 고스란히 관전해 주고 갔다. 올림픽서 인기 없는 종목으로 낙인찍힌 태권도. 거기에 끊이지 않는 판정시비까지 IOC 위원장 눈에는 과연 어떻게 비쳤을까. 이런 상황에서 만약 아테네 태권영웅 문대성의 호쾌한 금빛 뒤후려차기마저 나오지 않았다면 태권도는 어떻게 됐을까.
2005년 싱가폴 IOC 총회는 태권도의 현재 위치는 여실히 알려주었다. 총회서 태권도는 가까스로 올림픽 정식종목 퇴출을 면할 수 있었다. 이후 태권도 지상과제로 주어진 것은 판정의 공정성이었다. 이를 위해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꺼내든 카드는 전자호구였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전자호구 개발도 이때부터 급물살을 타고 진행됐다.
하지만 전자호구 도입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무산됐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자호구 제조업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WTF로부터 유일하게 공인을 받은 한 제조업체는 회사 존폐위기설까지 나돌았다. 이후 이 회사는 전자호구를 몸통부위만 적용하며 국내외 대회를 꾸준히 치러냈다. 그래서 판정시비를 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냈다.
최근 WTF가 내년 10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부터 전자호구 도입을 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WTF는 소문을 일축했다. 태권도계에선 소문의 진원지를 두고 WTF 한 고위 관계자와 전자호구 제조업체로 압축하고 있다.
WTF 관계자는 그렇다 치고 제조업체가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전자호구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제조업체들은 심각한 경영악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그렇기에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번 올림픽에도 태권도경기 판정시비가 또 일어나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태권도 경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전자호구의 입지는 좁아진다. 지난해부터 전자호구가 도입된 태권도경기를 지켜본 결과 분명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현재 전자호구는 일반호구보다 무겁고 불편하다. 또 전자호구에 맞춘 경기 운영은 태권도의 생동감을 반감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WTF도 아직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호구는 태권도 경기가 발전하면서 나온 부산물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부끄러운 결과물이다. 제조업체들에겐 미안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선 태권도가 판정시비 없이 끝나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 전자호구에 쏟아 부울 돈이 전문 심판 양성을 위한 교육과 환경 조성에 쓰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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