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9)
우리 체육관의 원균, 원일 형제.
체육관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지라 어색했지만 며칠 지나자 레슬링과 겨루기를 하고 게임도 하고 유도도 하는 등 예전같이 수련과 장난을 하며 다시 친해졌다.
난 그 형제를 보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똑같은 배 속에서 나온 형제가 어찌 그렇게 다를까 생각한다.
우선 원균. 나와 동갑의 나이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성이 있었고 꾸준함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운동신경이 그리 좋지 못했고 그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반면에 그의 동생 원일. 그는 날렵함과 유연성, 탄력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때문에 그는 기본 발차기에서부터 고난이도 발차기와 덤블링 등과 같은 체조선수들이 하는 기술들을 거의 완벽히 구사했고 그밖에 축구나 농구 등의 구기운동도 못하는게 없었다.
한마디로 만능 스포츠맨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는 원균에 비해서 그다지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형제의 이런 차이점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이 원일이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에서였다.
토머스, 윈드밀, 헤드스핀, 나인투나인 같은 기술은 거의 묘기에 가까운 춤기술들이다. 전문 댄서들도 오랫동안 연습해야 해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원일이가 체육관에 댄스짱인가 뭔가 하는 만화책을 들고와서 유심히 보더니만 그것을 연습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몇 번 실패하더니 어설펐지만 바로 베이비를 하고 며칠후에는 윈드밀을 해내버린다. 토마스는 약 일주일이 조금 넘어서 해내버리고 헤드스핀 역시 그다지 연습을 하지 않고도 너무나도 쉽게 해내버렸다.
무슨 지렁이가 구더긴가 하는 댄스기술은 두번 연습만에 해버린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놀라웠다.
반면에 원균. 그는 예전부터 덤블링 연습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번번히 실패하고 바닥에 쿵쿵 떨어진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사범 밑에서 똑같이 배우는데 어떤 이는 너무 쉽게 해내고 어떤 이는 힘들 게 노력해도 노력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하늘은 이런 재능을 불공평히 분배했던가! 태권도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난 이 형제의 벗은 몸매를 보았다. 원균 그는 마른체격이지만 몸에 근육은 거의 없다. 반면에 원일은 역시 마른 체격이지만 전신에 근육이 적절히 발달되어 있다. 그의 근육이 큰 편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근육이 있는 것 같고 근육의 조화가 잘 되어있다.
물론 그의 운동신경도 타고난 바 있겠지만 그는 이와 같이 기초가 튼튼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추상적으로 이렇게 해야지 하던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신체적 기초없이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는 기초를 더 확실히 세워놓고 동시에 기술도 익히기로.
조각가가 어떤 인물상을 조각을 하는데 있어서 손가락이나 머리카락부터 다듬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대체적인 비례로 머리 몸통 등의 전체적인 큰 부분들을 큼직큼직 깍아내고 전체적인 모습을 어느 정도 다듬은 다음에서야 세부적인 조각을 들어가는 것과도 같이 운동 역시 이런 조각과 같은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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