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초만의 패배, '한판 기술' 부족한 왕기춘의 올림픽 은메달

세계랭킹 1위 엘누르 마마들리에 다리들어매치기 한판 패. 한판 기술 부족 아쉬워

왕기춘도 울었다. 하지만 앞서 남자 60kg급 금메달을 획득한 최민호가 흘린 감동과 환희의 눈물이 아니였다. 원통함과 자책에서 나온 눈물이었다.
11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73kg급 결승경기에서 왕기춘(20.용인대)은 세계랭킹 1위 엘누르 마마들리(아제르바이잔)에게 황당한 한판 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리들어매치기, 경기 시작 13초 만에 이뤄진 한판 패였다. 승자도 패자도 믿기지 않은 듯, 이 어의 없는 경기가 끝나고 왕기춘은 한동안 경기장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김병주 해설위원은 “이게 뭡니까. 어의 없는 한판승부입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래도 아쉽지만 귀중한 은메달”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최민호의 뒤를 이은 또 다른 한판승의 사나이 탄생은 없었다.
출발은 좋았다. 예선 첫 경기 곁 누르기 한판에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도 빗당겨치기 한판승. 하지만 이후 5분을 꽉 채우는 그의 경기 운영은 은메달의 어두운 그림자를 예감하게 했다.
예선 8강에서는 브라질의 레안드로 길레이를 상대로 정규 경기 5분에서도 승부르를 내지 못한 왕기춘. 겨우 연장 골든 스코어에서 극적인 들어매치기 절반을 따내며 준결승 행을 확정했다. 왕기춘의 우세는 없었다.
이어진 준결승전, 타지키스탄의 라슐 보키에프를 맞아 자신의 주특기인 배대뒤치기를 3회 정도 시도하며 경기의 승기를 잡아 나갔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그는 효과로 앞서 나가기 시작 결국 근소한 포인트로 5분을 마감, 결승행을 확정했다.
당초 한판 기술의 부족을 지적받았던 왕기춘을 두고 강철체력이 이를 보완해 줄 것이라고들 내다봤다. 하지만 올림픽 정도의 큰 물에서 만큼은 노련함’과 ‘나만의 필살기’가 너무도 필요했다.
이날 왕기춘의 결승전 경기 직전 꼭 승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해설에 나선 '아테네의 영웅' 이원희의 기도를 하늘은 듣지 못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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