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7만원’ KTA 심판 6개월 출장정지, 막전막후

향후 이기면 본전 져도 7만원 식의 지도자들도 엄벌 / 해당 징계 심판들 재심신청서 제출

KTA 최정호 심판위원장의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홍준표 신임회장을 향한 충성맹세냐? ‘밀린숙제’를 위한 과감한 ‘칼질’이냐?
지난 21일 열린 ‘제43회 대통령기 단체대항태권도대회’ 4일째 경기, 청주대 이재수와 경희대 안원의 결승전 경기종료 직후 청주대 측의 소청에 의한 판정 번복과 해당 심판 5명 ‘6개월 출장정지’라는 중징계 발표 이후 쏟아진 태권도계의 엇갈린 반응이다.
◆1시간 동안 경기 불능
문제의 상황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3회전 청주대 이재수의 얼굴공격이 경희대 안원의 안면에 적중했다. 점수는 올라가지 않았고, 청주대 측은 강하게 항의했다. 4명의 부심 중 두명의 부심은 “선수에 가려 보지 못했다” “맞지 않고 스쳤다”는 상황을 설명했고, 결국 주심을 포함한 당시 결승전 5명의 심판진은 고심 끝에 득점 무효를 확인했다.
경기직후 청주대 측의 소청이 이어졌고, 이어 소청위원회(위원장 윤응석)가 소집돼,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다음날 22일 소청위원 7명 전원이 득점으로 인정, 취임 당시 홍준표 회장이 강조했던 ‘일벌백계'식의 중징계가 떨어졌다. 해당 심판 5명에 대한 처분 결과는 ‘6개월 출장정지’. 귀가조치라는 수모도 이어졌다. 이후 해당 심판들의 항의는 계속됐고, 1시간이 넘도록 경기가 진행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밀린숙제’를 향한 과감한 ‘칼질’?
이번 처분과 관련 KTA 심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판정 번복이 있다면 번복에 따른 책임을 무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편하게 심판보던 상황이 아니다”면서 “결과가 고의적일 수도 있고 단순한 과실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내린 판정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당시 KTA 상벌위원회 윤웅석 위원장 역시도 “KTA의 현재 분위기를 잘 읽어 달라”는 뼈있는 말을 할 정도로 ‘장난질’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시사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징계 직후 KTA 심판진들은 과도한 처분이라며 징계 수위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심판이라는 명예 하나만으로 버텨온 자신들의 공적에 대한 ‘부질없음’도 담겨있다. 대회에 참관했던 한 심판은 “자신의 생업을 뒤로하고 하루 7만원의 일당을 위해 심판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 심판이 한해 꼬박 대회에 참가한다고 가정해 보면 월 70~80만원 정도 받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보수에 얽매였다면 뛰어들지도 않았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KTA의 한 상임심판은 “명예를 위해 경기장에 뛰어든 심판들이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직격타를 맞는다면 누가 불명예의 위험을 무릅쓰고 심판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홍준표 신임회장을 향한 ‘충성맹세’?
과도한 징계였다는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홍준표 신임회장 취임 이후 수뇌부 자리 보존을 위한 ‘오버액션’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낸다.
다년간 KTA상임 심판을 수행해온 한 인사는 “앞선 2008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과 3.15대회 등에서의 판정번복 등을 미뤄봤을 때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징계 수위”라며 “홍 회장 취임 이후 ‘힘의 논리’에 편승한 줄타기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KTA 심판위원회 한 핵심 관계자 역시도 “좀더 세밀하고 합리적으로 처분을 내릴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며 “심판들의 명백한 ‘실수’이긴 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KTA의 윤웅석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새끼부터 혼을 내는 것이 순서”라며 “향후에는 말도 안 되는 문제로 소청을 제기하는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강력 징계 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이기면 본전 져도 7만원’ 이라는 식의 지도자들의 무분별한 소청제기를 억제 할 ‘철책’으로도 분석된다. 또 매번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잡음의 중심에서 작아져야 만 했던 심판들에게는 다소 위안을 주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한편 금번 사건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매듭짓기 위해 최정호 심판위원장은 2일 “차선책으로 6개월 출장정지에 관해 KTA에 재심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해당 심판들이 당시 상황에 대한 입장을 정리 한 뒤, 세밀하게 검토해 징계 수위를 재고해 주길 바란다는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청구에 따른 KTA 상벌위원회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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