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합기도선수권대회 참가자들 불만 폭발

2시간 넘긴 개막식, 합기도연합회 홍보 위한 대회?

세계합기도선수권대회 개막식 현장
지난 2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국립경찰대학 내 경도관 실내체육관에서 대한합기도연합회(회장 조명진, 이하 연합회) 주최 ‘2008 세계합기도 선수권대회 및 생활건강 호신술 연무경진대회(이하 세계합기도선수권)’가 열렸다.
연무, 대련, 기록경기로 나눠 치러진 이번 대회엔 개최국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란 등 13개국 8백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국내 합기도대회 처음으로 케이블 방송 녹화중계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대한장애인합기도연맹 소속 장애인들이 합기도 시범을 선보이는 등 기존 대회와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에 대해 연합회 주최 대회 중 역대 최악이었다고 혹평을 하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이번 대회는 규모나 참가인원을 생각했을 때 하루 만에 대회 일정을 끝낸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단일 종목이 아닌 3개 종목을 진행했기에 더욱 그렇다. 거기에 방송을 위한 경기까지 준비해야 했다. 부대 행사 빼고 경기 일정만 진행해도 힘든 상황. 그래서 개막식 행사는 진행해야 하기에 주최 측은 오전 7시부터 체급별 예선전을 진행시켰다.
대회가 시작되자 주최 측인 연합회와 주관을 맡은 한국대학합기도연맹이 우왕좌왕하며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이른 시간부터 진행한 체급별 예선전은 개막식 직전까지 몇 경기 열리지 못하고 말았다.
이 날은 온도뿐 아니라 습도까지 높아 불쾌지수가 상당한 날이었다. 대회장을 가득채운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기 바빴다. 대회장 냉방시설은 선풍기 몇 대가 고작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계속 흘러내리는 상황. 오전 11시 개막식 행사가 시작됐다.
개막식은 식전행사와 내빈 소개 그리고 대회사, 축사, 격려사 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 내빈 참석자는 어림잡아 50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이렇게 1시간이 흘렀다. 대회장에 서있던 선수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대열이 조금 흐트러지자 사회자는 “여러분은 합기도인입니다. 이곳에 기자분들도 많이 왔어요. 힘들지만 조금만 참는 모습을 보여주세요”라고 독려했지만 찜통 대회장에서 어린 학생들에겐 무리한 요구였다.

냉방시설이 없는 경기장에서 관중과 어린 선수들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내빈 인사가 끝나고 시작된 개막식 행사. 해병대 의장대 공연, 합기도 연합 시범단의 시범이 이어졌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2시부터 부랴부랴 경기가 시작됐다. 대회장에 방송장비가 들어오자 대회장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졌다. 또 기록과 대련, 연무 경기장이 1층과 2층으로 분리돼 있어 진행요원들이 통제에 애를 먹고 있었다. 당초 오후 6시에 끝날 예정이던 이번 대회는 일정이 늦어지면서 해질녁이 돼서야 겨우 마무리가 됐다.
대회에 참가한 한 지도자는 “이렇게 긴 개막식은 처음 본다”며 “이는 선수들을 위한 대회가 아닌 협회 홍보에 치우친 대회 같다”고 비판했다. 선수로 참가한 한 학생은 “길어진 개막식 행사로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기도 전에 지친 느낌”이라며 “선수들의 기량을 보기 위한 대회가 아니라 마치 내빈들을 위한 합기도 공연장인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대회에 참가시킨 한 학부모는 “선수들과 관객들을 위한 편의는 어디도 찾아볼 수 없는 대회였다”며 “방송국 부를 돈이 있다면 냉방시설이 갖춰져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 할 수 있는 대회장 섭외가 먼저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대회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지켜본 한 합기도 중진은 이번 대회의 문제점으로 △시간적 여유 없이 대진표 작성 혼란 초래 △행사에 필요한 용품 미비 △당일 대회에 맞지 않는 경기 프로그램 구성 △경기장 구조의 문제점 △심판과 진행요원의 부족 등을 꼽았다.
대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합기도연합회 한 관계자는 “대회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준비과정부터 체계적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문제점을 토대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연합회 내부적으로 정비하겠다”며 “우리 연합회 식구들과 대회장을 찾은 학부모님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깔끔한 대회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던 합기도연합회. 하지만 이번 대회만 놓고 본다면 협회 홍보와 내빈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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