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간 ‘태권도한마당’ 상처가 많다

[무술돋보기]세계화 외치며 미국서 치러진 ‘2008 세계태권도한마당’

미국 한마당에 참가한 국기원 임원과 조직위 관계자 모습
1992년 12월 9일 겨루기 경기 일색이던 태권도 대회에 새로운 변화가 시도된다. 바로 ‘태권도한마당(이하 한마당)’이다. 대한태권도협회 주관으로 열리던 한마당은 1999년 국기원이 맡게 된다. 그렇게 종주국 무도태권도를 대표하는 한마당은 올해까지 17회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한마당은 태평양을 건너 9천km 떨어진 미국에서 열렸다. 한마당 미국개최는 시작 전부터 찬반여론이 뜨겁게 맞섰다. 하지만 개최권을 따낸 미국태권도연맹(회장 이상철, USTF)이 한마당의 세계화란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미국 개최를 강행했다.
한마당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모든 공식일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엔 정식 경연종목과 참가 종목인 오픈경연을 합쳐 약 2천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한마당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인들에게 무도성을 강조한 새로운 형식의 태권도 대회를 알린데 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무난한 대회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한마당은 얻은 것보단 잃은 것이 더 많은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이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했다. 많은 인원의 참가가 예상되던 한국에선 백여명에 그쳤다. 또한 미국 내 한인 사범들은 단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캘리포니아 지역에 치우친 참여율을 보였다. 그 외 국가 참가율은 더 저조했다.
그렇기에 이번 한마당은 ‘세계태권도인의 잔치, 화합의 무대’라는 근본 취지에서 많이 동떨어진 모습이다. 이번 한마당이 미국 내에서 열리는 지역대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대회조직위 측은 미국의 경기불황, 미국 내 반대세력, 국기원의 지원 부족 등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이번 한마당에 참가한 한 한인사범은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지고 내년 정도 미국서 개최했더라면 더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USTF 이상철 회장도 “올해 미국서 한마당을 진행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었다”며 “예상과는 달리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무리한 개최였음을 인정했다.
원장과 부원장 없는 한마당... 우왕좌왕! 계속 불어나는 참가인원

19일(현지시간) 성난 심판들을 이상철 회장과 박현섭 총무이사가 달래고 있다
한마당 대회 일정 사흘째인 지난 18일 개막식이 열렸다. 한마당은 국기원 최대 행사다. 당연히 대회사는 국기원 원장인 엄운규 원장이 해야 한다. 하지만 엄운규 원장은 미국 한마당에 오지 않았다. 부원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회사는 이승완 국기원 이사가 대독했다.
국기원 측은 엄운규 원장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지 않았고, 부원장은 몸이 좋지 못해 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마당에 참석한 태권도인들은 사정이야 어쨌든 한마당의 상징성과 그동안의 정통을 생각해 최소한 엄운규 원장은 참석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기원 상황이 어쨌든 한마당 미국개최를 승인해준 엄운규 원장의 불참은 한마당 상징성에 큰 금이 간 것이다.
또한 대회 조직위의 주먹구구식 대회 진행은 한마당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회 나흘째인 19일 한국에서 온 심판들이 폭발했다. 6시에 마치기로 한 대회 일정이 참가인원이 자꾸 늘어나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당 조직위는 경연 참가선수를 마감하지 않고 대회 진행 중에도 계속해서 받았다. 이는 국기원 관계자와 심판들에게 전혀 통보되지 않았다.
국기원 한 관계자는 “서로 손발을 맞춰도 모자란 상황에서 갑자기 추가되는 인원 때문에 대회 진행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당시 답답함을 토로했다. USTF 이상철 회장과 국기원 박현섭 총무이사가 심판들을 달래며 상황은 1시간만에 마무리 됐지만, 이런 모습은 대회장을 찾은 미국인들과 태권도인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졌다.
지난 해 수원에서 열린 한마당은 지금까지 대회 중 가장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부터 지역자치단체에게 한마당 문호를 개방하며 무주에 이어 수원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를 이어왔다. 그런데 이번 미국 개최는 이러한 한마당의 상승세가 한풀 꺽인 느낌이다.
한 태권도학과 교수는 “17년동안 한마당이 개최돼 왔지만 아직 한국에서 정착 됐다고 할 수 없다”며 “이번 한마당 미국행은 정치적인 야욕의 산물이다. 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USTF가 아닌 국기원에 고스란히 돌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석 격파에 참가한 한 미국 중년여성
미국 한마당 상황을 전해들은 한 태권도 중진은 “세계태권도선수권은 이제 한국이 아닌 세계태권도인의 대회가 됐다”며 “하지만 꼭 국가별로 돌아다니며 개최하는 것이 세계화의 전부가 아니다. 한마당은 종주국을 대표하는 대회로 토착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한마당을 통째로 미국으로 들고 가기 보단 타이틀만 빌려줘 미국 한마당 대회를 개최하게 해야 했다”며 “거기서 나온 시행착오를 거쳐 미국에 맞는 한마당 대회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분명한 것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 한마당이 끝났다는 것이다. 결과가 나온 것을 가지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이제 국기원은 이번 대회에서 나온 결과물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 태권도인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다음 한마당은 모든 태권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회로 만들어야 한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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