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점수제 도입에 대한 101가지 생각

차등점수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지난 시드니올림픽 때 재미없다, 관중들이 규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태권도 경기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고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차등점수제 도입을 골간으로 한 경기규칙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급류를 타고 있는 태권도 경기규칙 개정에 대한 논의에 학생들도 가세했다.
경희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은 23일 경희대 체대 시청각 세미나실에서 2000년 후반기 태권도학과 학술세미나를 열고 태권도 경기규칙 개정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자로 나선 학생들은 태권도 경기규칙 개정을 역설했고 질의에 나선 학생들은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특히 토론은 차등점수제 도입 문제에 집중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서정관 태권도학과 학술부장은 "태권도 경기를 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흥미 있는 경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차등점수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나왔다.
한 학생은 "점수를 차등화 할 경우 심판이 오심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다른 학생은 "현재의 논의가 지나치게 태권도를 상업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차등점수제 도입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태권도가 무도와 경기로 분리된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처음부터 무도성을 띤 경기였다면 이런 문제가 안 나올 수도 있었다. 주먹지르기는 왜 몸통 1점만 부여하는가"라고 물었다.
아무리 경기규칙을 바꾸어도 선수들이 기존의 패턴대로 뛰면서 바뀐 규칙에 따른 고난이도 기술을 발휘하지 않으면 규칙 개정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고 태권도 발전을 위해서는 경기규칙 개정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의견들에 대해 패널리스트로 참가한 학생들은 때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으로 시범을 보이고 때로는 준비한 모형을 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차등점수제를 골간으로 한 경기규칙 개정을 통해 경기태권도를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태권도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소신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날 토론은 4시간에 걸쳐 진행됐는데도 비교적 깊이 있는 토론은 전개되지 못했다. 사회자가 토론을 끝내면서 "시간관계상 질문을 그만 받겠다"고 말했듯이 시간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경기태권도 발전이 과연 태권도 발전에 이로운 것이냐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는데 있다. 이는 다분히 학생들다운 문제제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차등점수제 도입을 당연시 여기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어쨌든 이번 경희대 태권도학과 학술세미나는 비록 백가쟁명식의 토론이었지만 김경지 경희대 태권도학과 교수의 말처럼 "학생들 스스로 준비하고 개최한 세미나"로서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은 설익은 것일 수도 있으나 그들도 태권도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의견은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날 세미나는 현재 경기규칙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 외에도 더 많은 관계자들에게서 폭넓은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행사였다.
김경지 교수는 "심판들만 따로 모여서 경기규칙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를 토론하는 자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등점수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아무리 다양할지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록 더디 가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이런 지적에 이견을 제기할 태권도인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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