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7)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 생활은 아침 6시 기상으로 시작된다. 6시 30분까지 식사와 세수를 끝내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시간에 버스 정류장에서 118번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간다.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7시 10분.
집에서 일찍 나서서 학교에 도착하기는 하지만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적은 없다. 언제나 멍하니 있거나 책상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고 수업시간인 8시 30분이 되면 멍한 정신으로 수업을 받고 50분간의 수업이 끝나면 10분간의 휴식, 다시 수업 이러기를 수시간 반복하고 약간의 점심시간이 주어지면 밥을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돌아오는 것은 자율학습시간 결국 저녁 10시 넘어서 학교를 파하고 달을 보며 집에 돌아온다.
이러기를 3년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어 나는 나 자신을 잃고 오로지 수능을 잘 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꿈만을 꾸는 기계가 되어 있었고 이런 기계같은 생활은 수능 본 날 종지부를 찍게 된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애타게 갈구하다가도 그것을 이루게 되면 결국 허무하게 된다. 3년 동안 수능만을 바라본 나에게 수능의 끝은 정말 허무했고 과연 내가 이 몇 시간의 시험시간을 위하여 그 3년 아니 중학교까지의 6년의 시간을 바쳤던가 너무 허무했다.
나는 새롭게 무엇인가를 찾아야만 했다. 나의 이 허무함을 달래줄 무엇을. 고등학교 수험생활은 나를 공부와 약간의 운동밖에 모르는 기계로 만들었고 이에 나는 남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어색하기만 했고 나의 머리 속에는 언제부턴가 멋진 발차기를 하는 멋있는 무인의 모습이 자리잡았다.
이에 수능 끝난 다음날 그리운 나의 제 2의 고향, 도장을 찾아갔다. 체육관의 위치는 지하실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내 눈에 띄는 것은 파란 매트. 그 파란매트 색에 눈이 부시기만 하다.
한쪽 벽면에 정갈히 걸어져 있는 호구와 헤드기어 그리고 들리는 아이들의 기합소리, 관장님이 미트를 잡고 아이들의 발차기를 잡아주고 있다. 팡팡 경쾌한 소리를 내며 휘는 미트에 내 가슴은 뛰고 관장님을 뵈니 반갑기만 하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나는 반갑게 관장님께 인사를 했다.
"누...누구시죠?"
하며 되묻는 관장님. 그 동안에 괴물같이 변한 내 모습에 관장님은 나를 잘 못 알아보는 것 같다. 관장님 기억 속에는 통통하고 건강한 모습의 아이만을 기억하고 있을테니.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몇 년 새에 한번도 도장을 찾아가지 않았으니 미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금새 관장님을 나를 알아보셨고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소시적 내가 몸담았던 우리 도장.
몇 년만에 다시 도장의 파란 매트 위를 밟아본다. 그리고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 관장님. 예전 모습 그대로에 단지 짧게 머리를 잘라서 더 멋있다(예전에 우리 관장님은 장발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아픔을 주었던 그 개구리를 닮았던 원균과 그의 동생 원일 형제 역시 체육관에 남아 있었다. 어색하지만 반가운 얼굴이었고 나는 그들을 보면서 눈가에 물기가 올라왔다. 이 글을 쓰면서 닭살이 조금 돋지만 사실 그대로이다.
내가 저녁 늦게 가서인지 아이들도 운동을 마치고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고 원균 원일 형제와 함께 체육관을 청소하고 원균 원일 형제도 역시 체육관을 나갔고 관장님도 역시 댁에 가셨다.
아무도 없는 도장에서 나는 새로이 받은 도복의 그 까실한 감촉을 느끼며 도장 바닥에 큰 대자로 드러누웠다. 때가 초겨울인 만큼 차가운 기운이 올라왔으나 좋기만 했다. 도장 한 쪽에 붙어있는 미트를 주먹으로 쳐보기도 하고 거울을 보며 폼 안 나오는 발차기를 해보기도 한다.
옥상에서 할 때는 스스로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거울로 나의 발차기를 직접 보니 참 추접스러웠다. 그러나 그래도 좋아서 이발 저발 차 보고 도복을 벗고 나의 근육과 살이 섞인 몸을 보기도 했다.
스스로 우람하다고 생각한 몸 역시 살이 흘러내리는 볼품 없는 몸이다. 그래도 안 나오는 폼 잡아보며 스스로의 육체미에 만족했다. 나의 새로운 시작, 가슴은 부풀기만 했다.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