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권도공원을 생각한다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난 이후 항간에서는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2002년 대통령선거용으로 써먹기 위해 사업 착수 시기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일은 정부가 나서 모든 일을 주도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태권도계는 태권도공원 조성사업 논의과정에서부터 부지 선정 작업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소외되었다. 이는 태권도계가 자초한 일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이나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는 이 사업에 어떤 형식으로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이제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정부의 근거없는 계획에 고무돼 태권도공원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24개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많은 출혈을 한 상태다. 한 지자체는 이미 1억 7천만원을 유치 활동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태권도계는 오히려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여지는 말이다. 다소 현실화될 필요가 있지만 태권도공원은 반드시 조성되어야 한다는데 토를 다는 태권도인은 거의 없다. 이는 다시 말해서 태권도계가 한데 뭉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정부에만 맡겨두지 않고 태권도인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다. 재정적인 면만 보더라도 태권도인들이 나서 국민모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태권도계는 어떻게든 공원 조성사업에서 기여를 할 생각을 해야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하나 더 놓으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바로 태권도공원의 성격 문제다. 이는 태권도공원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의 문제이기도 하다. 태권도공원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정부당국자들은 태권도공원을 태권도의 관광상품성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부 태권도인들도 적극 동조하고 있다.
태권도공원 조성에 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될 때 태권도공원은 태권도성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성전이라는 표현이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긴 했지만 앞으로 조성되어야 할 태권도공원의 성격에는 더 부합하는 것이 사실이다.
해마다 한국을 찾는 해외 수련생들이 자기 나라에 놀이 시설이 없어 한국을 찾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가 처음 시작된 나라의 중앙 도장에 가서 태권도를 수련하고픈 욕망이 가장 강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바로는 태권도공원에 디즈니랜드같은 위락 시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부당국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태권도인들이 그런 사고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무엇이 먼저여야 하는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전세계 태권도 수련생들이 일생에 한번쯤 방문하고 싶어하는 중앙도장을 세우고, 방문했을 때 욕심껏 종주국 태권도의 기를 느끼고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잘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해야 할 점은 현재 국기원이 시설이 낡아서만 해외 수련생들에게 창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권도공원은 관광상품이기 전에 태권도성전이어야 한다.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마당에 태권도인들이 한번쯤 다시 생각해 의견을 모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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