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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병영일기 (2)



본격적인 신병교육대 생활

내가 배치받은 중대는 신병교육대대에서 걸어서 10여분 정도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허전함과 따로 떨어진 영외중대라서 사뭇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우리는 조교들의 인솔에 따라 각자의 내무반으로 안내되었다. 조교들이 각자 자기 소개를 하였다. 한 소대에 조교가 3명씩 배치되었는데 인상을 보니 그런대로 악의는 없어 보여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보충대에서 받아온 피복류들이 가득한 더플백을 풀어 각자의 관물대(목재나 철재로 만들어진 일종의 사물함)에 관물시킨 뒤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몇가지 서류를 추가로 작성한 후 오후 3시가 넘어 때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그때의 메뉴는 전투식량(동결건조 비빔밥)이었다. 말만 비빔밥이지 말 그대로 내용물을 동결, 건조시킨 상태에 스프를 넣어 라면처럼 불려먹는 전시 때 비상식량이다. 전역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그 때의 그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는 간단한 정신교육과 저녁식사 후 군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석점호를 취한 뒤 두고 온 먼 고향을 머리 속에 그리며 신병교육대의 첫날 밤을 그렇게 맞이했다.

이튿날부터 우리는 매우 분주해졌다. 이제 막 1주차 교육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입소식을 치르고 나서 본격적으로 군인이 되기 위한 기초군사훈련 과정에 돌입했다.

1주차 때는 힘이 드는 훈련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군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식훈련이 가장 힘들었던 걸로 기억된다. 좌향 앞으로 가 우향 앞으로 가 라는 구령에 발맞춰 걷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웠지만 다른 전우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별 문제없이 1주차 교육을 마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2주차 교육에 들어갔다. 2주차 교육에서 눈에 띄는 훈련이라고 할 것 같으면 태어나서 한번도 해보지 못한 사격훈련과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태권도였다.

먼저 사격 훈련에는 영점사격(조준점을 맞추기 위한 연습사격)과 실거리사격, 야간사격 및 사격술 예비훈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교육은 사격술 예비훈련 이었다.

군에선 흔히 P.R.I라고도 하는데 정말 말그대로 P, 피나고 R, 알배이고,I, 이갈리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훈련이다. 그 지긋지긋한 사격훈련을 끝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태권도 교육을 받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신교대 교육계획 중 태권도 교육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조금은 실망했었다. 하지만 군대 태권도를 배워볼 수 있다는 기대에 나는 가슴이 한껏 부풀어올라 있었다.

과연 군대 태권도는 어떤 것일까? 군에 오기전까지만 해도 나는 군대 태권도를 악 악 괴성을 질러대며 이마로 수십장의 기와를 격파한다던가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링을 통과하는 무슨 특공무술쯤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군대 태권도란 것도 기본 6형이라는 기본기를 빼놓고 보면 사회 태권도와 별반 다를게 없어 보였다. 품새, 발차기, 겨루기 등등.

하지만 신교대를 퇴소하고 자대에 가서 태권도를 접했을땐 군대 태권도의 또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 태권도 교육 하는 날

드디어 태권도 교육 첫 시간이 돌아왔다. 우리는 관급체육복(일명 떡볶이라고도 불리우는 주황색의 군대 츄리닝)을 입고 맨발로 연병장에 집합했다. 태권도 도복은 군수물량이 달려서 조교들만 입었었다.

우리는 간단한 몸풀기로 연병장을 다섯바퀴 정도 돌고나서 간단히 체조를 한 후 본격적으로 태권도 교육에 들어갔다.

말이 다섯바퀴지 크게 한바퀴 돌고 나면 발바닥은 자갈에 갈기갈기 찢겨지는 것 같고 숨은 턱까지 차올라 니코틴에 찌들어 있는 폐가 형님 참으시라고, 갑자기 왜 날벼락이냐고 사정을 해댄다. 다행히 나는 담배를 거의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먼저 검정띠를 매고 있는 한 조교가 사열대 위에서 발차기 및 태권도 기본동작 시범을 보였다. 나는 시범을 보고 있던 중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앞차기와 옆차기 등은 사회 태권도와 동일한 형태인데 반해 돌려차기만은 다르게 차고 있었다.

돌려차기를 발등이 아닌 앞축으로 돌려서 차고 있던 것이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군 태권도는 전투를 목적으로 한 무술로서 전투화를 신은 상태에서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리기 위해 변형된 전투태권도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품새나 기본동작에서도 동작이 크고 힘이 넘쳐 보였다.

각자 조교들은 소대별로 나누어 태권도 교육을 하였다.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주 귀엽게 생긴 한 조교가 우리 소대교육을 맡았다. 하지만 얼굴만 귀엽지 태권도 실력은 형편없었다. 조교들 승단심사 볼 때 안 사실이지만 우리를 가르칠 당시 그 조교는 무단이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태권도를 잘하는 조교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총검술과 제식 등 군에서 배운 기술은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로 정말로 잘했다. 마치 로보트처럼.

조교들이 신상파악 조사 중 발굴해낸 한 태권 훈련병이 있었다. 그래서 그 훈련병을 차출해 시범을 보이도록 했다. 단은 1단인데 경력이 12년이라는 그 전우의 말에 우리는 단에 집착하지 않는 진정한 무도인이라며 그 전우를 입이 마르게 칭찬을 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고,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라며 약간은 의심을 품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잔뜩 기대를 하고 그 전우의 시범을 관람했다.

그런데 결국 마른 군대 하늘에 건빵 속에 별사탕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소문만 자자하던 그 전우의 발차기를 본 순간 우리는 모두 쓰러졌다.

앞차기를 차는데 너무 힘을 주어서 그런지 도날드 덕 발처럼 발가락이 쫘악하고 분리되는 것이었다. 조교가 긴장을 풀고 다른 것을 해보라고 하자 그 전우는 돌려차기를 해 보였다. 돌려차기는 제법 빨라 보였지만 12년 경력 치고는 어딘가 모르게 엉성해 보였다.

조교는 잘 했다며 그 전우를 들여 보내면서도 역시 의심하는 눈길이었다. 그 후로 조교들끼리 가라(짜가) 12년이라고 떠들고 다녔지만 그 전우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믿기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도 훈령병중에 태권도 경력이 있는 병사들을 몇몇 차출했다. 250여명중에 10명 정도가 뽑혔다. 그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뽑힌 열명은 태권도 교육이 있는 날이면 조교들을 대신해 실력이 저조한 훈령병들을 따로 교육시켰다. 신병교육대의 첫 태권도 교육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채 그렇게 막을 내렸다.

댓글 2

곰 2000.11.21
정말 잘읽었습니다. 저두 군을 제대한지 얼마되지않아서 그런지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나는군요... 저두 훈련소에서는 사회에서 하던태권도와 별반다른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대 배치를 받고 훈련을 해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더군요. 일단은 발차기,품새등 모든 동작에 힘이실려있구 큰동작들고 이루어져있었습니다. 그리고 훈련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것은 한번에 끝내라곳 적을 단한방에 죽일수 있도록훈련하고 몸에 익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들을 처음에 들을때에는 조금은 이상했지만 저두 짠밥이란는 것을 먹고 고참이되고나서 부터는 그런말들을 후임들에게 하게되던군요.. 마지막으로 이제군에 입대하게될 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군에가서는 빨리적응하는냐 마느냐에 따라서 여러분들의 군생활이 편해짐니다. 그럼 안녕
나 태권 2000.11.22
더 좋은 내용 기대 하겠습니다. 난 이미 제대한지 10년이 넘게 흘러 버렸네요. 사실 군대 한 번 더 가라면 못 갈것 같네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언제나 긴장속에 괴롭다는 생각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러나 지나고 보면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요. 나 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