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6)

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6)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옛 속담에 틀린 말이 하나 없듯이 나도 그런 양아치에게 저항도 못해보고 비참하게 당한 후 그 녀석들이 또 만날까 두려워 같은 골목을 지나가지 못했고 다른 길로 삥 돌아 귀가해야만 했다.

활기 넘치고 엽기적이었던 나는 한마디로 풀이 죽어서 다니게 되었다. 그 생각만 하면 불끈 불끈 마음 속에서 무엇인가 솟는데 그 녀석들을 또 만났을 경우에도 역시 당당히 대하지 못하고 피할 것 같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철봉을 하려고 해도 짜증이 나려고 하고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짜증이 난다. 그때 일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미었다. 그러나 울화통이 치미는 것은 치미는 것이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그들과 대결시 너무나 부족하다.

우선 일대일이라도 그 녀석들은 무기를 들고 있고 여차하면 찌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무기를 들고 다닌다고 해도 난 그들을 찌를 자신이 없었다. 그 녀석들을 찔러서 인생 망치기는 싫었다.

사실 나는 닭 모가지 하나 비틀지 못한다. 예전에 옆집에 고모네가 살았었는데 고모네는 닭을 키웠었고 닭이 다 크면 한번씩 잡아 푹 고아 먹었었다. 그래서 닭잡는 것을 여러번 봤는데 고모부께서 닭을 잡을 경우 닭 모가지를 확 비틀어 뜨거운 물 속에 살짝 데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 닭털을 하나하나씩 뽑았는데 나는 그 닭의 모가지를 비틀기는 커녕 닭털을 뽑을 엄두도 못냈었다. 집에 쥐새끼가 돌아다니면 어머니께서는 당당히 삽으로 쳐죽였지만 나는 그런 쥐새끼가 지나가는 것만을 눈으로 멀뚱 멀뚱 쳐다보다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소심한 건지 생명을 사랑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무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악심이 없었다(그 당시는 무인에게 악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어렸을 때 싸울 때도 박치기나 머리카락 쥐어뜯기를 할 때도 머리에 닿는 상대방의 그 고통스런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때도 내손에 집혀 나오는 한 움쿰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물론 이겨서 기분은 좋았던 구석도 있었지만 뭔가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도 들었다.

싸움을 잘 하는 녀석들을 보면 그들은 악심이라는 게 있다. 싸우다 안되면 급소를 차기도 하고 눈탱이를 때리기도 하는. 때에 따라서는 의자나 책상을 던지고 또는 삽자루를 들고 나온다.

특히 이런 놈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맥주병이나 소주병을 깨서 덤벼들고 손에 잡히는 대로 내던지므로 이들보다 휠씬 힘센 사람들도 함부로 이들을 대하지 못한다. 사실 나도 그런 악심에 질려서 양아치들에게 깨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악심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결심한 악심은 그런 종류의 악심이 아니었다. 한신이 동네 양아치 다리 밑을 개처럼 기어갔다는 고사를 위안삼아서 객관적으로 내가 그깟 녀석들을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섰을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르고 기술을 갈고 닦기를.

<다음에 계속>


댓글 1

이동영 2000.11.21
이제 제발 본론으로 좀 들어 갑시다. 언제까지 질질 끌껍니까 아무리 재미있어도 길어지면 재미가 없는 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