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백곰 수련 일기 (3)


비가 주룩주룩 오는날. 기분도 꿀꿀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곰들은 비가 오면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는데. 그날 따라 사범님이 날 잡고 품새 시험을 보자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나의 기를 실어 태극 품새 2장을 사범님에게 보여 주었고 사범님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나에게 태극 3장을 전수하노라 라는 홍익품새(널리 품새를 이롭게 하라)정신으로 태극 3장에 돌입하였다.

기본 자세에서 해봤지만 3장은 처음부터 발차기와 제비손날 목치기, 한손날 몸통막기 등으로 날 괴롭혔다. 그리고 처음 해보는 뒷서기. 발 각도는 90도에 ㄴ자 어느 정도 모션을 익혔을까? 이젠 구령없이 해보라는 명령에 태극 3장을 사범님 앞에서 하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얼굴 막기던가? 아니 몸통막기던가?"
"몸통막기"
"아 예"

왜 자꾸 2장이 떠오르지? 승급 심사도 얼마 남지 않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노란띠가 될 수 없다라는 집념 하나만으로 열심히 집에서 연습하고 했다.

승급 심사 당일 대학부 형님 누님들도 계시고 초등부들과 유치부들이 내가 흰띠를 매고 있으니 웅성웅성 거렸다. 크아악!! 미치겠네!!

"다음! 서동교 앞으로!", "예! 서동교 입니다!" 앞으로 나섰다. 태극 3장을 펼쳤다. 퍼핫핫핫 잘가고 있다가.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으니. "용감하다! 서동교!"

몸통막기까지 제대로 했는데 몸이 멋대로 왼쪽으로 돌아서 앞차고 인중찌르기. 태극 2장이 나와 버렸다. 아이들이 넘어 갈듯이 웃고 유치부들도 키득키득거리고 형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 끅끅거렸다. 왜 난 이런 것에서부터 헛갈릴까? 역시 난 곰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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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소년 200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