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탕' 무술도장 안 되려면 영어 버려라

[기획특집 - 태글리쉬 약이냐 독이냐 3]

태글리쉬 세미나 현장 <사진 =다음 태글리쉬 카페>
2007년 한국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당 자녀수는 고작 1.26명에 불과하다. 5세부터 13세가 주 수련 층을 이루는 전국 1만 822여개의 태권도장(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기타 무술도장도 마찬가지다. 저 출산에 무술도장 잠재고객(수련생)수는 점점 줄어만 가는 데 정부는 아직도 영어공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흐름은 아직까지 일선 학부모들의 영어열풍을 이어가게 했고, 여풍은 무술도장에까지 들이닥쳤다. 영어로 가르치는 도장 전문 체인점 ‘태글리쉬’가 생겨나고, 우후죽순 ‘영어로 배우는… 도장’ 들까지 생겨났다. 결국 이런 흐름은 사설 영어회화 학원에 버금갈 정도의 환경을 만든 도장들에게는 생존을, 그렇지 못한 도장에는 폐업을 가져왔다.
◆영어, 직접 못하겠다면 시작도 하지마라!
지난 IMF 시절 도장 경영난에 봉착한 울산 S태권도장의 김 모 관장은 태권도 유단자인 원어민을 고용해 1년간 도장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한 수련생 감소로 얼마 지나지 않아 현 도장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눈빛만 봐도 수련생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한국 사범들을 따라올 수 없으며, 직접 영어로 가르칠 자신없다면 실패는 불보듯 훤하다는 게 김 관장의 조언이다.
그는 “요즘 무도정신에 입각해 도장을 하는 곳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최근 영어로 가르치는 태권도에 대한 물음에 “열린 마음으로 사범과 관장이 직접 가르칠 수 있다면 영어로 가르치는 것도 나쁜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1년간 태권도를 지도한 인천의 박 모 관장 역시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지도자들 스스로가 영어로 가르칠 자신이 있다면 일석이조 아니겠느냐”며 “수련생들에게 완벽한 영어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수련생들에게 사설 영어회화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효과를 전해주지 못할 것이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해석이다.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를 통해 개관 2년째 120여명의 관원수를 확보한 박 모 관장은 “콩글리쉬라면 시작도 안했다”며 “자신의 기본 어학 실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잡탕 도장’ 만들 순 없다
그간 태권도장을 스쳐간 많은 타 무술의 믹스와 신규개발 프로그램 가운데 살아남은 것이라고는 줄넘기와 학교체육, 음악과 태권도를 혼합한 리권 정도다. 미뤄볼때, 영어 태권도 역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무도 중심의 도장으로 회귀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어 구사력을 가진 지도자 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며,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 프로그램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도장은 정체성을 잃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도 성남의 한 모 관장은 “어설프게 시작하면 잡탕도장을 만들게 뻔하다”며 “그동안 태권도장에서 도입한 프로그램은 무도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은 범위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수원의 박 모 관장 역시도 “사회가 급변 할수록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담당해 온 무술도장의 역할이 증대 될 것”이라며 “영어를 배우게 하기 위한 자녀들 ‘학구열’에 목마른 학부모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영어태권도 통한 체인망 구축, 철저한 준비로 일선지도자에게 다가가야
이런 가운데 영어 태권도의 시발점인 청주 태글리쉬 도장은 지도자 연수 모집 및 세미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에 가맹점만 22개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수련생 모집에 성공한 일부 지역의 영어로 가르치는 태권도장 관장들 역시도 자신의 체인점 확장에 혈안이다.
이들 모두는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를 앞세워 세미나를 실시하고, 전문 강사진을 배출해 전국에 체인 도장 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태권도 제도권에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는 “개인의 (어학)능력을 상품화해 (일선 태권도지도자)모두에게 적용하려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며 “무분별한 체인 망 구축에 앞서 구체적이며 지극히 안정적인 영어태권도 교육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한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 = 다음 태글리쉬 카페)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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