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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병영일기 (1)


필자가 2년 2개월 동안의 군생활을 하며 직접 겪었던 사건을 토대로 태권도로 인해 울고 웃었던 사연과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군 태권도에 대한 이해와 흔히 말해 사회태권도와의 차이점 등을 이번 기회에 통해 알아보겠다.

프롤로그 (prologue)

내가 처음 태권도를 접하게 된게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나하고 다섯살 터울인 남동생은 성격이 유난히도 조심스럽고 소심했던 탓에 부모님은 물론 주위 어른들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 때문에 주위의 우려와 걱정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우리 형제는 그렇게 어머니의 손에 붙들려 태권도 도장으로 이끌려 갔다. 어머니의 간곡한 사연을 들으신 관장님과 사범님께서는 우리 형제를 더욱 더 세심하게 배려해 주셨다.

그 때문에 우리 형제는 쉽게 태권도와 친해질 수 있었다. 차츰 우리 형제는 태권도 수련을 통해 소심했던 내성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활발한 성격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버지께서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만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태권도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빨간띠였고 동생은 파랑띠였다. 그 후론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태권도를 하지 못한 채 학업에만 열중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보니 의외로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주로 헬스나 킥복싱, 격투기등 다소 격한 운동이 많이 성행했다.

그래서 나도 운동 하나쯤 배워볼까 하는 생각에 집 근처 헬스클럽에 등록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처럼 우람하고 멋있는 근육을 꿈꾸며 매일같이 근육 불리기에 열중했다.

어느 정도 몸이 불었을 무렵 나는 반복적이고 다소 정적인 헬스에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서 동적이고 실질적으로 격투에 유용하게 쓰일만한 운동을 찾던 끝에 어릴적 배워본 적이 있는 태권도가 생각났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태권도장과 다시 한번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다시는 그만 두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다시 인연을 맺은 태권도를 남다른 각오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거부할수 없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관장님께 군에서도 태권도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화사하게 단풍이 물들어가는 98년 가을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306 보충대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나의 26개월간의 그다지 화려하진 않지만 태권도로 인해 남달랐던 군생활을 재밌었던, 때론 태권도로 인해 힘들었던 이야기를 태권도 병영일기란 주제로 엮어가려 한다. 옛시절 군생활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시는 독자분들께서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숨한번 몰아쉴 틈도 없이

내가 처음 입대하는 날 나의 군입대를 마치 슬퍼하기라도 하듯 하늘에선 애처롭게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전에서 의정부까지 나의 입대를 배웅나와 주신 아버지와 외삼촌께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난 영내강당으로 쫓기듯 뛰어 들어갔다.

헉! 강당 입구로 들어가는 순간, 구대장이라고 씌여있는 검은 플라스틱모에 칼각을 잡은 전투복, 마치 헌병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멀대같은 군인들이 사람, 소,말, 도그(dog) 등 지구상에 생존하는 동물들은 다 찾아대면서 우리의 감정을 마구 난도질해댔다.

그때 난 생각했다. "아뿔사! 여기가 바로 지옥이구나" 하지만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올리가 만무하다. 우리는 잔뜩 기가 죽가 죽어서 숨도 쉬지 않고 있다가 숨 막혀 죽는줄 알았다.

우리는 장정이란 임시 계급 명칭을 받고 간단한 정신교육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생전 처음 받아보는 일석점호(잠자기전 인원및 환자등 특이사항을 점검하는 일종의 보고)를 취한 후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정신없던 입대 첫날은 밤하늘 정적을 깨는 취침나팔 소리와 함께 그렇게 깊어갔다.

이튿날부터 신병교육대로 이송되는 날까지 우리는 신체검사와 신상파악 등 여러가지 조사와 피복(전투복, 전투화같은 군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의류나 물품들)등을 지급받고 3박4일간의 보충대 생활을 뒤로 하고 각자가 배치받은 신병교육대로 미리 마중나와 있는 각 사단 신병교육대 육공(뒷 짐칸에 타면 엉덩이가 배길 정도로 아픈 군대트럭)을 타고 떠났다.

포장이 되어 있는 아스팔트 도로로 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비포장 도로로 이어졌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던 끝에 마침내 배치받은 전방부대 중 악명높기로 손꼽히는 백마부대 신병교육대에 도착하였다.

차가 연병장 입구에 멈추자마자 "빨리 튀어내려 XX들아" 라는 조교의 소름이 끼칠 정도로 쫙 깔린 어투에 우리는 다시한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앞으로 6주 동안 죽을 고생을 해야 할 훈련소 전경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난 흙먼지가득한 연병장을 뛰어 단숨에 영내 강당으로 향했다.

보충대의 구대장들은 신교대 조교들에 비하면 순한 양같이 느껴질 정도로 신병교육대의 군기는 아주 강했다. 우린 또 한차례 신상파악 조사를 마치고 나서 각자 6주간의 신병교육 기간 동안 생활하게 될 중대를 나누어 소대 내무반으로 배치를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숨한번 제대로 몰아쉴 틈도 없이 정신없이 신병교육대까지 이끌려 왔다. 앞으로 과연 맘 편히 숨 한번 쉴 수 있는 시간은 있을런지?

다음회부턴 본격적으로 신병교육대 시절에 겪은 태권도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울고 웃은 사연 등을 적나라하게 올리겠습니다.

댓글 4

미스터박 2000.11.20
나 보단 군번이 아래네요! 허허~ 재밌겠는데요. 나도 군에서 태권도를 배웠는데 그땐 아주 죽는줄 알았어요 공포의 다리찢기.으 그때만 생각하면... 태권도 병영일기라...흠
태권한국 2000.11.20
저도 철원에서 근무했는데 눈맞으며 맨발로 발차기 하던 기억이 나는 군요. 그 지긋지긋했던 시절이 지금은 너무나 아득하고 그립기까지 하군요. 이 글을 읽는 군에 안간 친구들은 군에 대해서 너무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상식이 통하고 보통사람이면 다 견딜 수 있는 곳이니까요.
tkdgirl 2000.11.20
저는 여자예요. 앞으로 군대에 가게 될지 아닐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학사장교나 여군 등등..^^) 이 글 기대되네요. 군에서의 태권도가 어떤건지 잘 모르니까요. 기획자체도 참 신선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재밌게 써주세용~
호기심소년 2000.11.21
담얘기가 기대되염..빨랑 올려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