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공원’의 ‘에버랜드’화를 경계한다

[현장메모]태권도진흥재단은 놀이동산을 만들 생각인가?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해외 188개국에 퍼져있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 태권도. 해외 수련생들은 태권도 종주국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이내 한국을 찾게 된다. 그들에게 한국은 태권도 성지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태권도 성지로서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만한 곳이 없다. 1972년 건립된 국기원은 상징성은 있으나 낙후된 체육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래서 태권도인들 태권도 성지 건립은 끊임없이 제기해 왔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태권도공원’이다. 지난 1996년부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태권도공원 조성 사업은 2005년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이대순, 진흥재단)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오면서 급물살을 탔고, 지난해 태권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현재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태권도공원은 약 6천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조성될 예정이다.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 종합토론 모습
사실 태권도공원은 건물이나 조경 같은 하드웨어보다 운영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 구성이 더 중요하다. 진흥재단도 이를 인지하고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 개발을 전문 용역업체에게 맡겼다. 지난 13, 14일. 진흥재단이 선정한 용역업체 주관으로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과 관련해 태권도공원 부지로 선정된 전북 무주에서 워크샵이 열렸다.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 자문위원회 위원들도 함께 참석한 이번 워크샵에 기자도 동행했다. 용역업체로 선정된 ‘디이파트너스’가 연구용역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한 내용을 보면 태권도를 테마로 한 에버랜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자문위원들 중 태권도교육 관계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진흥재단 팀장급 관계자들은 용역업체 발표내용에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을 맡은 용역업체의 태권도에 대한 이해도였다. 국내 태권도 4대 기구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둘째 치고 태권도 전문매체가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분야별 분임토의 시간, 태권도 분야 분임토의에 참석했다. 태권도 성지다운 수련프로그램의 논의를 기대했지만 토의는 수련프로그램을 일반인과 태권도인으로 나눠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태권도인과 비태권도인 참여자가 논쟁을 벌이는 수준에서 끝났다.

에버랜드을 모델로 태권도공원 비교하는 그림
용역업체 대표가 에버랜드 건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에버랜드는 이해하지만 태권도는 이해 못하는 것인가. 진흥재단은 이번 용역에 2억원을 소비한다. 용역업체는 6개월 프로젝트로 오는 10월에 최종결과물을 진흥재단에 제출한다. 프로젝트 시작단계라고는 하지만 이번 워크샵만을 놓고 봤을 때 진흥재단은 태권도인들을 배제한 태권도테마파크 건립에 아까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 같다.만약 용역업체가 내놓은 계획안대로 태권도공원이 건립될 경우 ‘태권도 놀이동산’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 듯하다. 또 건립된 태권도 놀이동산은 천안의 독립기념관이나 대전의 엑스포 기념관처럼 출범초기 반짝하다 흉물스러운 곳으로 변해 버릴 확률이 높다. 태권도인이 없는 태권도공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흥재단은 태권도특별법 통과이후 긴장감이 떨어진 것 같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인데 말이다. 진흥재단은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태권도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 그 속에 태권도공원 성공의 열쇠가 있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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