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수없다! 따라쟁이 관장들의 '영어로 배우는…'

[무카스기획특집 2- 태글리쉬 약이냐 독이냐]

의정부 소재 이정일의 태글리쉬 도장 전경. 사진출저 = 홈에버 잉글리쉬
영어유치원, 어학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영어 관련 사업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린다. 기회다 싶어 영어 학원비는 줄달음치고, 영어유치원에는 아이들이 몰려 대기자 리스트까지 등장한지 오래다. 심지어 유치원 입학을 위한 과외까지 등장했으니, 이런 분위기는 무술도장에까지 파고들고 말았다. 일부 무술도장 차량들에는 언제 부턴가 ‘영어로 배우는…’ 이라는 선전 문구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대 흐름에 발 빠르게 변모해 왔던 종주국 태권도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내놨다. ‘태글리쉬(태권도+잉글리쉬)’ 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 일부도장들은 황금알을 낳기도 했다. 앞서 [기획특집-1]에서는 ‘정통성 훼손 우려 태글리쉬 해외언론들 호평’이라는 제목으로 태글리쉬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그 이유를 짚어봤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나도 영어로...”라며 시작한 상당수 ‘따라쟁이’ 관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를 도입한 일부 관장들의 실상을 <무카스>가 추적해 본다.
◆새 옷 입은 도장 차량,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 써 붙이기라도 해야죠”
사태는 심각했다. 지난 2007년부터 태글리쉬를 도입해 온 몇몇 도장이 관원수 대박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자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마음만 굴뚝같은 도장이 난립이다.
“영어? 잘 못하죠. 근데 학부모들이 워낙에 (정보에)빨라서... ‘우리도장은 영어수업 같은 거 안해요’라고 물어온다니까요” 최근 도장 차량에 새로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 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새겨 넣은 인천의 김 모 관장의 말이다.
도장 내부에서 펼쳐지는 영어로 가르치는 태권도를 들여다보니 차렷, 경례, 정권지르기, 앞차기, 돌려차기 등 구령과 기본동작들 외에 영어사용은 찾아볼 수 없다. 여기까지가 영어로 배우는 김 관장의 태권도장, 전부였다.
또 다른 태권도장의 박 모 관장은 “대세 아닙니까? 1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태권도 용어 관련 영어시험을 보고있죠”라며 “(태권도가 아닌 학습부분)이외에도 (학부모들에게)영어, 국어 공문을 미리 내보내고 꼼꼼히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이것 역시 새롭게 도입했다는 박 관장의 영어 프로그램 실체였다.
앞서 두 태권도장 차량은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를 강조한 도색으로 얼룩져 있음은 물론이다.
◆“솔직히 공개심사는 쪽 팔려서 못하죠”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한 관장은 14일 기자와 만남에서 “솔직히 공개심사는 쪽팔려서 못하고 있어요”라며 “정말 외국 생활 오래한 실력 있는 관장들 아니면 영어로 가르치는 건 모험입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태글리쉬 도장을 따라한 어설픈 도장 관장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는 좀 더 구체적인 얘기도 있었다.
영어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지 1년째 된 관장은 “처음에는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데 학부모들의 반응이 상당했다”며 “하지만 수련생들이 조금씩 익숙해져 가며 아이들의 요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간혹 아이들이 어학원에서 배웠는지 어려운 질문들을 할 때면 둘러대기 바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6개월은 제공된 프로그램을 사용, 아이들에게 무조건 암기시켜 크게 외치라고 강요하면 되는 수준이었다”면서 “이제는 학부모들과 수련생들이 도장의영어회화학원화를 요구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관원수 증대에 혈안이 된 관장들이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를 성급히 도입해서 나타난 단적인 예다.
이처럼 태글리쉬의 등장에 자극받은 따라쟁이 도장관장들의 어설픈 태글리쉬(?)는 수련생들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영어를 이용한 단기간에 수련생들을 끌어모으려는 얄팍한 관장들의 술수도 엿볼 수있었다.
(기획-3탄, 태글리쉬 약이냐 독이냐)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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