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네 ‘한국무예포럼’

[무술돋보기]명분은 있었으나 실리가 부족했던 도올 김용옥 초청 한국무예포럼

9일 열린 한국무예포럼에서 강연 중인 도올 김용옥 교수
한국무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없었다. 단지 도올 김용옥의 명성을 다시한번 확인 시켜준 자리였다.
지난 10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제1회 한국무예포럼’이 열렸다. 세계택견본부 이용복 총사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포럼은 개최 전부터 무예인과 언론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도올 김용옥(세명대 석좌, 61) 교수가 이번 포럼에 참석은 물론 발제자로 나서기 때문이었다.
최근 전통무예진흥법과 태권도진흥법이 통과되면서 무예계에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무예단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각 무예단체들의 기득권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암투와 줄서기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단체들이 기득권 싸움에 혈안이 돼 있는 동안 일선 무술도장들은 최악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 무예계의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1990년)’로 무예계에 큰 논란과 자각을 불러 일으켰던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이번 강연 두고 무술인들의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반영하듯 포럼이 열린 헌정기념관 강당은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찼다. 김용옥 교수는 이미 언론을 통해 ‘21세기 한국무예론’이란 주제로 40단란의 내용을 공개한 터라 강연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 상태였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강연은 명성 그대로였다. 특유의 말투와 학식과 위트가 넘치는 강연은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을 흡입력 있게 몰입시켰다. 강연에서 김용옥 교수는 “모든 것의 기본은 무(武)다. 무가 선행돼야 문(文)을 익힐 수 있는 것”이라며 수신(修身)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예계에서 족보를 따지지 말자. 전통무예를 자기가 독점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얼마 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태권도공원에 대해서 김 교수는 “공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태권도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며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처럼 권위와 품위 있는 태권도 대학대학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김용옥 교수의 이번 강연은 미리 공개한 원고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물론 그 내용은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김용옥 교수의 무예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구체적인 대안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는 평가다.
강연 이후 이번 포럼의 메인 행사인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은 김용옥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패널로는 김재일 배달국무연구원 원장, 나영일 서울대 교수, 서인선 한민족합기도 총재, 이진수 한양대 교수, 허일웅 명지대 교수가 참석했다. 학계와 무예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토론자로 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현 무예계의 현안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무예포럼에서 토론회를 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과 5인의 참석자
하지만 참석자들은 무예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을 포장해서 말하거나 자신을 광고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내용들을 말하는 정도였다. 참석자 중 가량 고령이었던 김재일 원장정도가 토론을 적극적인 분위기로 이끌었을 뿐이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중간 한 참석자는 “질문은 받지 않느냐”며 “토론회가 참석자 개인 이야기만 하고 한국무예포럼에 걸맞는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갑작스런 객석 발언 이후 김용옥 교수가 토론을 전통무예진흥법에 맞춰 이끌어 갔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김용옥 교수 개인 생각을 정리하는 선에서 토론회를 마쳤다.
포럼이 끝나고 무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용옥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무예계의 총체적인 문제를 다루었다”고 밝혔다. 무예계를 향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아쉬웠다는 질문엔 “난 무예뿐 아니라 어떤 단체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그렇기에 무예인도 아닌 내가 말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는 이정도”라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김용옥 교수는 무예계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그는 “토론에서 밝혔듯이 무예계 전반에 꼭 필요한 책을 써 볼 생각”이라며 “사실 내가 무예계에서 얻는 것은 없다. 봉사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처럼 앞으로도 무예인들이 초청이 있다면 참석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관람한 사람들은 대체로 "명분은 있었으나 실리가 없었던 자리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기대 이하였다. 3시간 동안 진행된 포럼에서 얻은 것이 별로 없다”며 “TV로만 보던 김용옥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었던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이번 포럼에 대해 냉소를 보냈다.
다른 참석자는 “처음 시작하는 만큼 다음이 더 기대된다”면서도 “이번 포럼은 ‘거대담론’만이 오고 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한 무술계 인사는 “이번 포럼은 제안자인 이용복 씨와 택견을 알리는 자리였던 같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한국무예포럼이 발전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현실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한국무술총연합회 등과 같은 기존 무술 연합체와의 공조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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