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점수제, 보다 쉽게

어제(16일) 한국체육대학교에서는 지난 11일 열렸던 제2회 겨루기왕 선발대회의 평가를 위한 좌담회가 대한태권도협회 임원, 태권도 지도자 및 경기에 참가했던 선수와 심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좌담회는 겨루기왕 선발대회를 통해 실시한 득점차등제 및 경기장 형태, 심판 득점표출 방식과 승자 판정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루어졌다.
제2회 겨루기왕 선발대회를 진두지휘한 한체대의 안용규 교수는 "득점차등제 등 새롭게 시도된 것들에 대해 선수, 지도자, 협회, 심판의 시각에서 나름대로 평가하고 문제점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자리"라고 좌담회의 개최 목적을 밝혔다.
먼저 이날 좌담회에서는 차등점수제가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 모두는 선수, 심판, 협회 임원 할 것 없이 차등점수제의 도입을 시대의 흐름으로 규정하고 겨루기왕 선발대회에서 차등점수제 도입으로 발생했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그 문제점의 해결책에 대해 토론했다.
좌담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차등점수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태권도 전문인이 아닌 일반 관중이 봤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백한 규정을 먼저 제정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장창영 심판은 "270°이상 회전 몸통 공격 2점 그리고 얼굴 공격에 3점을 주면 이는 애매모호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시비거리를 제공할 여지가 많다"며 "누가 보아도 명확한 점수체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체고의 장권 감독 또한 "270°회전에 의해 점수를 달리 줄 것이 아니라 차라리 몸통 공격은 1점, 얼굴 공격은 2점 그리고 다운 시켰을 때에는 3점을 주는 식으로 해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용규 한체대 교수는 "270°회전에 의한 점수 차별을 도입한 것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것"이었다며 "이런 규정을 만들면 머지않아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2회 겨루기왕 선발대회에서는 주먹이나 발에 의한 몸통 공격은 1점, 발에 의한 얼굴 공격은 2점 그리고 270°이상의 회전에 의한 몸통 발공격은 2점, 얼굴 발공격은 3점 득점을 인정했었다.
제2회 겨루기왕 선발대회에서 이루어진 또 다른 시도는 바로 기존의 사각 경기장 대신 경기장 지름 8m, 경계지역 지름 12m의 원형 경기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안용규 교수는 원형 경기장의 도입을 "태권도 경기장을 원으로 해도 문제가 없을뿐더러 원은 바로 태극사상의 원류이기 때문"이라고 원형 경기장 도입의 근거를 들었다.
오수곤 심판은 "이번 대회에서의 원형 경기장은 사각 경기장처럼 모서리가 없어 선수들이 경기할 때 경기흐름을 끊지 않았다"고 원형 경기장의 도입을 찬성했다.
대태협 김무천 운영부장은 "원래 태권도는 원형운동이었는데 태권도 경기가 사각의 경기장에 서 이루어져 직선운동이 되어버렸다"고 지적, 원형 경기장 도입 쪽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정국현 한체대 교수는 "경기장은 사각이나 원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문제는 일부 심판이 심판 원칙만 알고 상황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며 "심판이 똑바로 규칙을 알고 적용시키면 경기장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좌담회에서의 원형 경기장 도입에 관한 토론에서는 경기장의 경계선과 한계선에 대한 논쟁으로 더 많은 말이 오고갔다.
김영식 심판은 "태권도 경기장에서 경계선을 없애면 경기는 더욱 박진감 넘칠 것"이라며 경계선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국현 교수도 "현재 경계선의 의미는 없다. 경계선을 기점으로 심판이 경고를 주면 선수들의 공격흐름이 끊긴다"며 "경계선을 없애고 한계선만을 두는 대신 경기 도중 선수가 한계선 밖으로 나갈 때에는 감점 등 강력한 벌칙이 주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역시 새로운 시도였던 심판 수신호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오고갔다. 이번 태권도왕 겨루기 선발대회에서 두 명의 부심과 한 명의 주심은 양쪽 손에 각각 홍색과 청색의 장갑을 끼고 손을 높이 들어 점수를 직접 표출했었다.
오수곤 심판은 "장갑을 끼고 심판을 보니 보기에도 좋지 않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점수 표출 할 때에는 손으로 직접 표출하는 것보다는 기존처럼 채점기를 사용, 남들이 볼 수 없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한체고의 장권 감독은 "심판이 직접 손으로 점수를 표출, 모든 사람이 이를 볼 수 있게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며 "심판은 자신이 표출한 점수에 당당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수로 참가했던 한체대의 나현화도 "선수 입장에서 심판이 직접 손으로 점수를 표출하니까 보기도 편하고 경기 도중 전광판을 보는 일도 줄어 경기에 더욱 열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체대 안용규 교수는 "심판의 득점 직접표출은 심판이 표출한 점수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함이었다"며 "앞으로 전광판이 개발되어도 심판의 득점 직접표출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판 판정부분에서는 대부분의 좌담회 참석자가 우세승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최대한 주심 한 명의 판단으로 결정되는 우세승 판정의 기회를 줄여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같이했다.
안용규 교수는 "원래 우세승을 도입한 이유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함이었는데 이제는 심판 판정 불복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번 겨루기왕 선발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규정을 두어 최대한 우세승 판정에 따라 경기 결과가 갈리는 일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겨루기왕 선발대회에서는 경기결과 동점일 때에는 고득점 우선승으로 했으며 고득점의 숫자도 같을 때에는 서든데스제를 적용한 연장전을 치렀다. 그리고 연장전에서도 득점이 없을 경우에는 마지막 연장전에서 우세한 경기를 한 선수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밖에 이번 좌담회에서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헤드기어 및 몸통 보호대 등의 개발 필요성도 논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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