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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술계 사제지간이 사라지고 있다

[허건식 칼럼] 스승없는 무술이 많다


"과거에 내게 한달을 수련했는데 나가서 사단법인을 만들어 총재나 회장행세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그러나 전체 단체장이 모이는 자리에서 동등한 위치에 앉아 있는 제자에게 과거 한달간 있었던 사제간의 관계는 버려야 한다. 그 이유는 동등한 무술단체장의 입장으로서 존중해야 하는 현실때문이다"

이 말은 이미 우리 무술계에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는 떠난 이야기처럼들린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까? 그 이유에 대해 필자는 여러 무술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그 제자의 입장에 대한 대답은 다양했다. 스승이 너무 거만하다. 스승밑에 제자들의 생활이 너무 엄격했다. 배워보지만 기술의 한계가 있다. 금전을 요구했다. 인생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현실은 너무 허무했다. 하지만, 스승의 입장은 또달랐다. 내부갈등에 밀렸다. 금전적 유혹에 넘어갔다. 승단에 있어 한계를 극복 못했다. 결혼하더니 떠나더라. 이런 이야기들속에는 뼈가 있다. 대부분이 배고픈 무술계, 위계를 앞세운 무술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무술이라는 세계의 올바른 이해에 대한 부재 등에서 출발한다.

또, 지금 하나 둘 드러나는 무술계에서 복잡한 스승과 제자관계가 존재한다. 솔직하게 누구 누구에게 이것을 배웠고 어떻게 수련했다라는 솔직함보다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는 신생무술계의 수장들의 모습은 온통 거짓에 거짓이 쌓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통무예진흥법이 등장하면서 자신의 조상까지 엉뚱한 사람으로 팔아 먹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배운 스승은 온데 간데 없고, 자신과 함께 수련했던 수련동료들을 비판하기까지 한다.

많은 세미나뒤의 뒷풀이에는 이런 복잡한 사제관계에 대한 현실을 듣게 된다. 가장 솔직해야 하고, 가장 그 무맥(武脈)을 유지해야 할 사람들이 무협지를 참고했는지 온갖 수련방법과 사이비 무도철학을 논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최근 무술학계에서는 "무협지를 쓴다"고 비판한다. 모든 것이 자기가 최고라는 스승들역시 문제다. 자신의 과거를 잊은채 최고의 실력이었고 최고의 수련을 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그 밑에서 수년간 수련한 제자들 눈에는 '한계'를 느끼게 만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개념없는 단(段)체계 문제다


여기서 잠시 무술의 수련단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00년도 안된 승단체제이기는 하나 단(段)으로 이야기를 해 보자. 무술에서 최고의 단(段)은 9단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받은 명함에는 14단까지 보았다. 정말 개념없는 무술인인지 아니면 다시 태어나 4단을 의미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배운 무술의 합(合)인지 명함을 받고 상당히 당황한 적이 있었다.

동양에서 최고의 수라 일컫는 9단은 '입신(入神)의 단계'로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10단은 0이다. 오래된 무술단체에서는 10단을 9단이 세상을 떠날때 수여한다. 이런 무술계 정서가 있음에도 살아 10단이 존재하고, 단체를 만들면 아무 꺼리낌없이 9단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9단이라함은 그동안 자신이 수련한 다양한 수련법, 그것도 여러 스승에게서 배우고 이를 기예화하고 다시 자기화했을때 가능하다. 자신만의 수련체계를 제자들에게 지도하고 이를 따르는 수련생이 있을때 무슨 무슨 유파(流派) 혹은 문파(門派)라고 한다.

구지 나이로 따진다면 인생에서 모든 수련인생을 걸고 생을 다하기 전 무술의 9단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빨라도 70대, 80대가 되서야 9단이라는 아름다운(?) 자리에 서게 된다. 이런 수행과 수련을 통해 새로운 유파가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우리 무술계는 잠시 2, 3년 잠적한 후 해성같이 신생무술이 등장한다. 그 사이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 사이 짜집기 무술을 만들어 내 시판(?)해 왔다.

이런 현실속에 어떤이는 '경기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무술이 아닌 스포츠로 변신을 꾀하기도 하고, 엉터리 무술에 대한 제한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인이나 유명인사, 심지어 연예인까지 등장시켜 세를 확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급변하는 현실이 무술계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를 끊어 놓은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무술계 계보정리는 필요하다


자신의 무술수련과정을 알리는 것이 마치 자신의 무술이 정당성을 잃어버린다는 두려움에서 탈피해야 한다. 필자는 약 10년전부터 국내 무술계 계보정리에 취미아닌 취미를 갖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태권도가 가장 먼저 접한 무술이고, 그 다음이 검도였다.

대학과 대학원시절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무술을 수련생으로 있던 동료들을 통해 알 수 있었고, 그 후 계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90년대 검도바람이 불던 때 신생검도단체들이 등장하고,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유입된 여러 유형의 검술과 검법 등을 접하면서, 무술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계보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계보의 혼선을 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곤 한다. 같이 수련한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란다. 그러나 이런 거짓은 명백한 증거로 하나 둘 정리되고 있다. 사진과 신문기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이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또, 계보를 찾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 다시말해 스승이 없는 무술이 있다. 대부분 신화(?)를 쓰고 있다고 비판하고 싶다. 몸의 움직임은 어떤 특정 무술의 형태인데도 꿈이나 산신을 만나 배웠다는 허무맹랑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 아마 무협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잠이 들거나, 무협지를 보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꾼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기도 한다.

필자가 하는 무술계 계보작업은 무술을 색출해 낸다기 보다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무술의 형태 등을 진실되게 찾기 위함이다. 근대이후 무술계가 연합조직을 만든 것은 1912년 10월 7일에 단성사 주 인 박승필이 유각권구락부(柔角拳俱樂部)가 최초다.

당시의 명칭은 유술, 씨름, 권투로 각종 행사를 단성사에서 했다는 기록도 있다. 어찌보면 유술과 권투는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기는 하나 이때부터 우리 사회에 무술이 일반 대중에게 제공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부터라도 우리 무술계의 계보정리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스승과 제자 관계를 부정하고, 자신의 무력(武歷)을 숨긴다면 무술인이전에 무술을 빙자한 사기꾼에 불과하다. 또, 어설프게 무술단체를 만들어 제자들을 끌어 모아 온갖 행사장을 떠돌며 행사비 챙기기에 급급한 최근 무술계 사람들을 보면, 과거 어렸을때 보았던 역전이나 시장 한구석에서 무술행위로 약을 팔던 무술계사람들의 아픈 과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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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날쌘돌이 2008.06.04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태권도인 2008.06.04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논지입니다. 좋은 자료가 되겠네요. 건승하십시요
옳소 2008.06.04
뜨끔한 사람들 많겠네 옳으신 말씀!
질문 2008.06.04
조사하시는 무술중 계보에 없으면 사이비로 되나요?
부탁드립니다 2008.06.04
@@@@@@@@@@@@@@@@@@@@@@@@@@@@@@@@@@@@@@@@@@@@@@@@@@ ============================== 전통무예진흥법관련하여=================================== 무술종목 선정기준 및 방법 , 선정된무술에 대한 창시자나 전수자 계승자 선별방법 ,단체나 협회선정방법에 대하여 명쾌한 의견주시면 많은분들 과 단체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듯합니다 @@@@@@@@@@@@@@@@@@@@@@@@@@@@@@@@@@@@@@@@@@@@@@@@@@
무도인 2008.06.04
좋은지적입니다. 나이좀 먹었다고 돈좀 있다고 되는세상...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 모르시는분들 없으실텐데요.....아쉽습니다....
대택인 2008.06.05
허박사의 견해는 일리가 있고 또 우리 무예계에 꼭 정비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무예진흥법 문제로 예민해 진 상태에서 이러한 견해에 대한 우려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향우 무예에 대한 시각이 보다 전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되는 것이라고 볼 때 현 무예계 상황에서 그런 계보찾기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의 행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그 무예가 갖는 사회 기여도일 것이다. 무예의 사회적 가치 속에 그 종목의 역사나 계보도 의미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무예길 2008.06.05
武란 단어가 들어가면 쌈박질이라고 봐야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먹구 살려구 쌈박질을 배웠는지 살생의 기예를 통해 활인의 도를 닦았는지는 가르친 스승과 제자만이 알일입니다. 쌈박질을 배웠으면 나와바리 싸움을 할것이고, 도를 닦았으면 스승의 맥을 이으려 수발을 들고 있겠지요. 그런데 어디를 가봐도 나와바리 싸움에 목을 맨 인간들 많더군요. 지성의 전당이란 대학에도 교수들끼리 파벌지어 싸우고, 협회가면 떡고물땜에 싸우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권력에 목을 매어 싸우는 국기원의 군상들부터, 최근에 전통무예라고 떠드는 분들 곰곰히 생각해보시죠. 코너 샷이라고 구부러진 총이 나오는 이시대에 무도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kickboc 2008.06.05
그래서태권도는무도가아니라스포츠구나아이해되네나는태권도안하구무도할렌다.무자가들어가는무도무술해야지태권도안해.
시원하다 2008.06.05
간만에 시원한 글입니다. 무술하는 사람들 이제부터 고민하고 생각좀 합시다
택견인 2008.06.06
전통무예진흥법때문에 예민한 곳은 단 한군데 택견연맹이다. 택견의 전통성은 문화재 보유자와 국가 전수자육성에 있지 않을까. 택견연맹은 그냥 열심히 경기해서 대한체육회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전통무예진흥법때문에 예민하게 살지 마라.
현실과 미래다 2008.06.06
대택인의 말처럼 현실과 미래가 중요하다? 그래서 택견연맹은 그때그때 다른 수장을 등장시키는지. 정권잡은 정당쪽으로 회장을 내세우는 꼴이 우습다. 족보가 미흡하면 치장이라도 해서 과거를 잊으려한다. 과거보다 현실은 중요할지 모르지만 과거가 없는 현실만 강조한다면 어디서 무엇을 찾을까 . 현 무예계에 계보를 명확히 못밝히니 답이 안나오는거다. 허박사주장에 찬성한다.
택견연맹있잖앙ㅅ 2008.06.06
이용복총사가 이끄는 택견연맹은 어떻게 되는거예요? 거기는 1개월배운 이용복총사가 만든 곳이잖아요, 태권도선수출신인데. 그럼 태권도+택견으로 창시한걸로 보나요?
무사 2008.06.06
역시. 제대로 보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무도사랑 2008.06.06
제대로 인지하시고 계시는군요. 우리나라 무도계는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스승을 배신하고 나간다거나. 스승이 제자를 등쳐먹는 것은 무도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맘에 안든다고 나가서 단체만들고 세력싸움이나 하는 무도는 냉정하게 퇴출시켜야 합니다. 스승도 몰라보는 제자, 제자를 노예처럼생각하는 스승. 정말 꼴불견입니다. 하나되는게 중요합니다. 잘났다고 나서는 무도를 철저하게 검증해 주세요. 허박사님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