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백곰 수련 일기 (1)

백곰 수련 일기 (1)

백곰 수련 일기 (1)


여지없이 부산 다대포에 산(몰운대가 산이었던가?)에 올라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몇몇 무술하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주 모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은 왠지 다함께 모여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발차기나 주먹질 하다가 갑자기 말뚝박기로 빠지기도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많은 무술을 해봤고 그중 태권도라는 무예도 속해 있었다. 어릴 때 배운 태권도라고는 유급자 품새 뿐이니 별로 실용적인 무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운것이 격투기. 책을 사서 독학했다. 격투기를 위해서 몸을 단련하다 보니 등발은 커지고 키는 작고 다리는 짧고 굵게 변했다.

태권도 그 것을 다시 봤을 때는 아주 특이한 모습을 보고 반해 버렸다. 2000년 아주 추운 3월달 동면기간(괜히 백곰이 아니다) 여전히 지칠줄 모르고 자고 있는데 우리 반에 전모군(절대 전종성이라고 밝히지 않겠다)은 합기도가 3단이다. 꽤나 힘 쓴다고 자랑하고 싶었는지 자꾸 주위 아이들 중에 자기보다 힘 약한 아이들의 팔을 꺽고 온갖 행패를 부리는 녀석이다(각 학교마다 이런 녀석들은 꼭 있다).

열혈청년인 내가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나도 했다면 했는데 이 녀석이 이젠 나에게 치근덕 거리기 시작했다. 죽을려고 용쓰는거지.

"마! 팔줘봐!"
"와?"
"팔 주봐라! 콱!"

같잖아서. 웃기만 했다. 성질 같으면 후려차기로 옆구리를 후려 차고 싶을 정도였다. 녀석은 합기도 조금 배웠다고 유세하듯이 아이들을 몇몇 불러 놓고 강의 하듯이 웃으며 떠들기 시작했다.

퍼핫핫핫

그런데 녀석의 생각대로 팔이 꺽일리 없다. 왜냐고? 내가 팔에 힘주고 있는데 어쩔껴? 전모군이 식은 땀을 흘렸고 많은 아이들이 야유를 보냈다.

"짝!"

녀석은 화가 났는지 내 빰을 손바닥으로 후려 갈겼다. 허허. 역시 운동한 놈이라 때린 게 장난 아니다. 눈앞이 아찔하게 아플 정도니까.

그 때 녀석을 아주 비웃고 싶어졌다. 무예를 하는 무도가면서 이렇게 약자를 괴롭히고 놀리다니라는 생각은 뒷전이고 감히 내 뺨을 갈긴데 대한 복수로 난 녀석의 복부를 걷어 찼다. 그러다 잘못하여 녀석의 낭심을 걷어 차버렸다(종승아 미안).

녀석은 컥컥 소리내며 바닥에 꼬꾸라졌고 많은 아이들은 퍼핫핫핫 웃으며 종승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꽤 내 생각에 강하게 차서 내가 인상을 일그러뜨릴 정도였다. 얼마 가지 않아서 녀석은 제 정신을 차리고 합기도 겨루기 포즈를 잡았다. 아주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뜻이었다.

나? 미쳤나? 그 녀석과 일대일로 붙으면 깨질게 뻔한데 내가 왜 해? 바로 뛰어 올라서 종승이의 얼굴을 이단 옆차기로 차려다가 녀석이 피하자 바로 문 밖으로 토꼈다.

헉헉 위험했다. 수업 시작 종이 울리고 난 뒤에 난 서서히 교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수업시간에 자버린 것이다. 이윽고 종승이의 욕설이 내 귓가를 강타하고 녀석의 묵직한 발 뒤꿈치가 내 등을 콱 내리 찍었다.

"미쳤냐? 죽을래?"
"야! 니가 그러고도 운동하는 놈이야? 운동하면 다냐? 넌 새꺄! 운동 배울 자격도 없어!!"
"돌았나? 죽을래?"
"아 자! 죽이라!! 직이라!!"

그 때 내 머리 속에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 어릴 때 고등부 형들이 연습하던 날개짓 바로 나래차기였다. 모션만 생각났지만 한번 날아서 시도해 보았다.

녀석이 옆으로 보고 의자를 들 때 나는 녀석의 복부를 먼저 차고 두번째 발로 녀석의 등을 찼다. 신기했다. 한번 더 찰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번 더 찼다. 녀석의 면상에 그래도 내 발등이 꽂혔다.

내가 너무 무리하게 발을 올렸던 것일까? 뒤로 콰당 넘어졌고 녀석은 쌍코피를 흘리며 자기 면상을 쥐어 잡고 무릎을 꿇었다.

캬하하하!! 이겼다 하지만 녀석의 살기가 내 온몸으로 올라 왔다. 결국 난 허벌나게 녀석에게 밟혔다(하긴 맞는건 맷집뿐이라 별 상관없다). 그리고 약 10일후 우리집 앞 상가에 태권도 도장이 생겼고 나는 그 곳의 제 1호 고등부 관원이 되었다.

댓글 1

김선애 2000.11.30
백곰님..태권도시작하게된거..축하해요.. 백곰님은 진정한 무도인이될..싹이보이네요.. 열심히하세요...처음 그때처럼 그마음이변하지않도록...항상명심하구요.. 항상 겸손한 자세로 진정한태권도를 배우시길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