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통’ 이연택 선택한 대한체육회장 선거 ‘다시보기’
데뷔 무대 멋진 홈런, 한체대 이승국 총장 / 위상 추락 우려, 용인대 김정행 총장

지난 26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36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1차투표에서 53개 가맹경기단체들 중 친 무술계 경기단체들은 김정행 총장을, 체육계 곳곳에 포진한 한체대 실세들은 이승국 총장을 지원 사격했다. 나머지 투표에 참가한 가맹경기단체 대의원들은 앞선 두 대학 총장의 당선이후 갈라질 체육계 파벌을 염두해서 인지 이연택 전 회장의 품으로 방향을 틀었다.
9표의 용인대 김정행과 16표의 한체대 이승국, 26표의 이연택 전 회장을 선택한 대의원들의 표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결국 이연택 전 회장은 결선투표에서 33표를 얻어 19표의 이승국 총장을 가볍게 제치며 ‘9개월’ 체육회장직에 명예 복귀했다.
1989년 대한체육회장 인선이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정부입김이 배재된 가운데 실시한 순수체육인들의 선거는 이렇듯 이연택 전회장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국내 언론에서의 치열한 3파전 예상과 김정행 총장 혹은 이승국 총장의 선전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중요한 것은 이연택 전 회장의 피부에 와 닿는 공약이 대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야 어찌 됐건 가맹경기단체들에게는 ‘메가톤급’ 공약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입후보 전부터 이연택 전 회장은 체육분야 재원을 조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체육진흥공단)과 대한체육회 통합을 추진할 것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체육진흥공단과의 통합 추진은 자생력 없이 예산의 95%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들에게는 달콤한 사탕이었다. 경륜과 경정,스포츠토토 등의 수익사업으로 지난해 말 7500 억에 이르는 기금을 마련한 체육진흥공단이었기에 구미 당기는 약속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재출마 않겠다는 ‘9개월’ 체육회장의 진심어린 호소는 체육인들에게 순수한 의미로 다가왔다. 특정 체육인맥 및 체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미지 역시도 대한체육회 안정을 바라는 가맹경기단체의 공감대를 끌어냈다는 평이다.
더욱이 당면한 올림픽을 무사히 이끌 적임자로 체육회장 재임시절 탁월한 행정능력을 발휘한 이 전회장의 이력도 한몫했다.
이렇듯 이 전회장의 승리에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지는 사이, 새정부 코드에 맞춰 입후보한 두 대학 총장에 대한 시선은 어땠을까?
선거 직후 한체대 이승국 총장은 여러 체육계인사들의 위로를 받으며 내년 2월에 있을 ‘제37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의 확실한 지지층 확보에 성공했다. 지고도 당당했다. 상당수의 체육계 인사들은 “데뷔무대에서 멋지게 홈런을 날렸다”며 예상 밖의 결과에 축하 인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막강한 유도계인맥과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이라는 이점을 앞세워 무난히 결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김정행 총장에게는 극단적인 체육인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용인대 출신의 상당수 현직 대학 교수들은 학교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도 체육계에서의 용인대 입지를 여실히 증명해 낸 성적표라고 했을 정도니 당분간 패배의 후유증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전망이다.
1990년대 총무처 장관, 노동부 장관을 지낸 뒤 국민체육공단 이사장과 2002년 한ㆍ일 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 제34대 대한체육회장 등을 두루 거친 ‘체육통’ 이연택 신임회장. 2008년 국내 체육계는 진심으로 남은 9개월 체육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줄 ‘인물’을 선택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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