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ITF 사범, “WTF와 ITF 통합을 바란다”

러시아가 ITF 태권도 강국인 이유

모스크바 시내 학교 체육관에서 세르게이(가운데)와 그의 제자들
태권도란 명칭을 쓰는 단체는 크게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보면 세계태권도연맹(WTF) 태권도가 더 활성화 돼 있다. 하지만 동유럽 쪽 공산권 국가들은 ITF가 강세를 보인다.
러시아에 ITF 태권도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80년대 말 북한 사범들에 의해서였다. 故 최홍희 ITF 총재는 80년대 초 북한에 들어간다. 최홍희 총재는 북한을 기점으로 ITF 태권도 세계화에 나선다. 그렇기에 공산국가들 특히 러시아(당시 소련)에 보급이 수월했던 것이다.
러시아는 ITF 태권도 최강국 중 하나다. 매년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어 오고 있다. 이는 우수한 지도자와 두터운 선수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 ITF태권도협회 김훈 사무총장은 “틀 부문은 아직까지 북한 선수들이 잘하지만 맞서기는 러시아가 최강국 수준”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ITF 태권도 보급률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3일 모스크바 시내에 위치한 한 초, 중, 고 종합학교를 찾았다. 이 학교는 방과후 ITF 태권도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ITF 태권도를 지도하는 있는 사람은 세르게이 스티만야코프(30)다. 그는 러시아인 치고 단신이었지만 단단한 체구와 날카로운 눈매에서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로 11년째 ITF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세르게이의 도복엔 4단 이상만 새길 수 있는 세로 검은 줄이 있다. 북한의 박문철 사범에게 배운 그는 현재 4단이다. 지도자 생활은 99년부터 시작했다.
러시아는 ITF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수백여 곳에 이른다. 러시아 ITF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지도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는 개인도장보다는 방과후 클럽이 활성화 돼 있다. 비싼 임대료 때문이다.
세르게이도 4곳의 학교에서 방과후 ITF 태권도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세르게이는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에서 개인도장을 여는 것은 모든 태권도 사범들의 꿈”이라며 “지금은 여건상 학교 체육관을 빌려 ITF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개인 도장을 가져 좀 더 체계적인 태권도 교육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수련생 중 학생들이 많지만 앞으론 성인들을 많이 지도하고 싶다”며 “ITF 태권도를 한번 배운 사람은 절대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단련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무술이기 때문”이라고 ITF 태권도 예찬론을 펼쳤다.
3개로 나눠진 ITF 하나로...WTF도 함께 하자

세르게이 스티만야코프ITF 태권도 사범
현재 ITF 태권도는 2002년 최홍희 총재 사망 이후 3단체로 분열됐다. 최홍희 총재가 세상을 떠나면서 차기 총재로 지목한 사람은 장웅 북한 IOC 위원이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지 못한 최홍희 총재의 장남 최중화는 자신만의 세를 규합해 독자적인 ITF를 만들었다. 또 ITF 사무국에서 일해던 베트남계 캐나다인 트랑 트리유 콴도 2003년 별도의 ITF를 구성한다.세르게이는 장웅 ITF 계열이다. 러시아는 북한 사범들의 영향으로 주로 장웅 ITF 계열이 많다. ITF 분열에 대해 세르게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에는 힘과 조직력을 갖춘 단체였다”며 “하지만 분열되면서 조직력이 약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씁쓸해 했다.
최홍희 총재를 만난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어릴 적인 1996년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번 본적이 있다”며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분이였다”고 회상했다.
WTF 태권도에 대해 물었다. 세리게이는 “WTF 태권도는 발 기술이 정말 아름답다”고 평가하면서도 “WTF 태권도는 발기술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하지만 ITF 태권도는 손과 발기술이 균형 있게 발전 할 수 수련체계와 경기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반대로 세르게이가 질문을 던진다. “요즘 WTF와 ITF 통합 이야기가 들리고 있던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러시아에서도 양대 태권도 단체의 통합 이야기는 큰 이슈였다.
“협의 중”이라는 기자의 말에 세르게이는 “태권도란 이름 아래 하나로 합치는 것이 좋다”며 “통합이 태권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서 만나 본 태권도인들은 정치적인 문제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들은 어떻게 하면 태권도를 더 잘 보급하고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세르게이가 말한 WTF와 ITF의 통합에 대한 말은 이러한 바램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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