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세계적인 잡음만 생산하는가?"
[태권도계 미친짓 시리즈-2]

구효송 영산대학교 교수
1997년에 불거진 사상 초유의 국제올림픽위원회 스캔들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정국을 낳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IOC위원들의 뇌물수수 사건이 스위스 출신 IOC위원인 마크 호들러(Marc Hodler)의 내부고발로 뉴스가 되자 이를 계기로 전 지구적인 IOC 개혁 작업이 진행되었다.
당시 IOC 위원장이던 사마란치는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 출석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이 사건을 기화로 대대적인 IOC 개혁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전 미국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가 위원장을 맡아 밀어붙인 개혁 작업은 가시적으로 IOC 위원들의 ‘무제한적’ 활동에 제동을 걸게 되었고, 위원들의 연령 제한 도입 및 선수위원의 선출 등을 골자로 이루어졌으며, 그 골자는 무엇보다도 IOC 내의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물론 올림픽 부정부패의 중심인물로 수많은 언론이 지목했던 사마란치는 교묘히 살아남았지만, 큰 틀에서 이루어진 개혁 작업은 그런대로 잘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도 막대했으니, 바로 김운용 전 IOC위원이 당시 스캔들의 주역으로 세계 언론의 보도를 탔고, 이는 바로 IOC 내에서 김운용 위원의 정치적 몰락을 가져왔다.
한 때는 차기 IOC 위원장으로 점쳐졌던 김 전위원의 위상 실추는 한국 스포츠계에 커다란 손실이었으며, 우리는 아직도 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시 여러 가지의 잡음으로 이어져 급기야는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직에서도 물러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김 전위원의 공과는 아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에 이를 세세히 언급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일일 수도 있으나, 가장 두드러진 공을 말하자면 태권도를 올림픽 스포츠로 만든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 총재의 후임으로 WTF를 지휘하게 된 현 조정원 총재의 집행부가 들어설 때에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던 것은 바로 이들이 태권도의 발전을 위한 개혁세력으로 주도권을 잡기 바랐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이전 집행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태권도계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풀어주기 바라는 전 태권도인의 희망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현 집행부 스스로도 틈만 나면 ‘구세력’에 비해서 ‘자신들이 ’개혁세력‘임을 강조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현 집행부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 되었음도 우리가 인정해야할 시점에 왔다. 과도기는 6개월이면 족하다. 길게 잡아서 1년이면 새로운 방향을 잡아서 매진하는 모습이 외형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조정원 총재 취임 후의 지난 4년이 보여준 모습은 아직도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신출내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사무총장을 바꾸고 인적 쇄신을 도모하는가 싶더니 이는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새로 임명된 양진석 사무총장이 지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보여준 ‘기이한’ 행위가 바로 세계연맹의 혼란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7년 태권도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는 명색이 세계기구의 사무총장 자질이 어떠한 가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들리는 바에 의하면 WTF 국제심판 교육에서 공용어 규정을 무시한 사건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사무총장을 둘러싼 일반적인 이미지이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랐던지 IOC위원을 상대로 한 소위 ‘돈봉투 사건’이 또 터지고 말았다. 급기야는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의 신분으로IOC윤리위원회의 부름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본인은 언론을 통하여 ‘무혐의’를 주장했지만, 우리에게는 이를 확인할 방안은 없다.
세계연맹 스스로 밝혔듯이 “당초 IOC 윤리위원회 측에서 3월 말까지 조사 결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서 언론플레이를 한 것도 또 다른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아무래도 좋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어떠한가?
태권도가 올림픽에 잔류하느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세계연맹의 사무총장이 이토록 민감한 사안인 ‘돈 문제’를 아무런 생각 없이 일으켰다고 한다면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그런데 4월 23일자로 실린 무카스 기사에 의하면 이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라는 IOC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추가조사>를 생각해 볼 때 이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에 세계연맹이 보여준 어설픈 언론플레이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혐의’ 처리가 되었더라면 이런 추가 조사에 관한 지시는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의 짐작이 어긋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입수한, 양총장의 ‘돈봉투 사건’을 최초 보도한 스포츠 인테른은 지난 1월 8일자 뉴스레터에서 조총재의 행위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조 총재가 IOC 위원장인 쟈끄 로게에게 경희대학교 명예박사학위를 제안한 이후에(offering the IOC president an honorary doctorate of Kyung Hee University) ‘좋은 친구인’ 로게 위원장(his "good friend Rogge")이 자신에게 IOC위원직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으로 나와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언론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우리로서는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만약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 부분 또한 전세계의 태권도계 위상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기사를 다룬 스포츠 인테른이 IOC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알려진 소식통임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부분을 언론사에 흘린 IOC의 의도는 또 무엇인지?
게다가 지금 세계의 태권도계는 새로 도입하기로 한 전자호구를 두고 두 패로 나뉘어져 싸움을 하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태권도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연맹에서는 라저스트 제품을 사용하고 유럽에서는 아디다스 제품을 사용하기로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은 뭐라고 해도 조총재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점을 더해주는 것이다.
공인과정에 잡음이 있었지만 정책적으로 한 제품을 밀기로 했으면 이를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이 있어야 할 터인데, 계속해서 ‘세계적인 잡음’만 생산해 낸다면 스스로 능력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조총재의 와일드카드 추천사건은 또 무엇인가? 향응을 받았다, 안 받았다? 혹은 와일드카드는 WTF 소관이다, 아니다? 이러고도 태권도를 올림픽에서 지켜낼 수 있다고 떠드는가? 태권도를 지켜내고 본인도 IOC위원이 되고 싶다는 총재가 보여주는 행보로는 아주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그대들이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라 태권도의 앞날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 글에 토를 달고 싶으면 지난 4년간 그대들이 행한 일 중에서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을 몇 개만 적어보시라. 이러이러한 부분은 잘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때가 늦기 전에 말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신다고?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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