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전자호구, 공정성은 증가 재미는 반감

종별선수권에서 들어본 전자호구 이야기

태권도 겨루기 경기가 시작된 지 40여년 동안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판정시비. 이로 인해 어렵게 채택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전자호구다.
그동안 전자호구에 대한 개발과 도입시도는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돌출되면서 번번히 도입이 무산되었다.
이후 수정을 거듭한 전자호구가 공식적으로 선보인 곳은 지난해 10월 광주에서 열린 제88회 전국체육대회에서다. 전자호구는 올 들어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정길, KTA)가 주최하는 굵직한 대회들에 도입 되면서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갔다.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실내체육관에서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리고 있는 ‘2008년도 전국종별태권도선수권대회(이하 종별선수권)’에서 전 경기 몸통 전자호구가 사용됐다.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을 ‘무카스미디어’에서 들어 보았다.
감독과 코치, “공정해 졌지만, 재미는 반감됐다”
종별선수권에서 사용된 전자호구에 대해 지도자들은 같은 조건에서 판정은 공정해 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전자호구에 맞춘 단순한 기술에 치우쳐 태권도 경기의 묘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경호 풍덕고 코치는 “전자호구를 입고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하면 판정이 공정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분명히 득점인 공격을 기계가 잡아주지 않아 혼란스럽다. 그러다 보니 전자호구에 맞춰 앞발 위주로 공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도자는 “전자호구의 장점은 딱히 모르겠다. 전자호구를 입고 시합을 뛰니까 도대체 누가 잘하는 선수인지 구분이 안된다”며 “어떤 것이 득점인지 지도자들도 구분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훈련을 시키냐“고 불멘소리를 했다.
반면 류병관 용인대 교수는 “지도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은 아직 전자호구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태권도 발차기는 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 밑에서 걷어 올리는 발차기가 많았다. 하지만 전자호구 도입으로 소리만 내는 발차기가 많이 개선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태권도 경기에 전자호구를 도입하는 것은 반대하는 편”면서도 “하지만 과거 심판들이 정확한 판정을 못하고 불신을 키웠기 때문에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선수들, 눈치 안보고 소신껏 경기 펼쳤다.. 아직은 적응 필요
선수들의 전자호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상대 선수가 누가 나오건 눈치 안보고 소신껏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착용하는 전자호구와 발등 접지센서는 적응기가 필요해 보인다.
남고 저학년부 핀급 우승을 차지한 광주체고 김시상 선수는 “특별히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공격이 성공할지 몰라 점수관리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한 고등부 3학년 선수는 “보통 호구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평소보다 스피드가 떨어진다. 또 어깨부분이 눌려서 약간 아프다”며 “센서가 달린 발호대 바닥이 미끄러운 편이라 경기 중 몇 번 넘어졌다”고 말했다.
KTA 심판부, 공정한 판정을 위해서라면.. 심판들 노력 가려지는 부분도
올해 KTA는 최정호 심판위원장을 필두로 경기부 심판진에 대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새로 구성된 심판진들은 공정한 판정을 위해서라면 전자호구 도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자호구 때문에 심판들의 노력이 가려지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정호 심판위원장은 “전자호구로 인해 지도자들의 불신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며 “심판들도 몸통득점은 기계에 맡기고 얼굴과 주먹득점 그리고 감점 등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판은 물론 일반인이 봐도 득점이라고 생각되는 공격을 전자호구가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이는 앞으로 전자호구의 기계적인 개선뿐 아니라 경기 규칙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도 보완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심판은 “심판을 불신하기 때문에 도입된 전자호구가 심판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공정한 판정을 위해서 도입된 것은 분명 환영한다”면서도 “태권도 경기가 이러다 펜싱 경기처럼 변해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씁쓸함을 표시했다.
라저스트... 청. 홍 한 세트 99만원, 발등 접지센서 한 세트 3만 9천원
종별선수권에 사용된 전자호구는 라저스트(LaJUST)사 제품이다. 현재 WTF 공인을 받은 전자호구는 라저스트 제품이 유일하다. 이번 대회에 사용된 전자호구는 지난 대회에 비해 양 옆으로 접지면이 5cm 늘어났다. 전자호구는 청. 홍 한 세트 99만원, 센서 장착 발등보호대는 한 세트 3만9천원이다. 이번 대회에서 발등보호대는 선수가 개별 구매했다. 라저스트 윤영찬 사업본부장은 “우리 제품이 경쟁사들에 비해 몇 단계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개선 부분을 계속 찾아 나가겠다”며 “현재 경기 전 다운로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센스체크 방식을 향후에는 블루투스(무선)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등 최첨단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시아태권도연맹(회장 이대순)에서 진행하는 전 경기에서 라저스트 전자호구가 도입이 결정됐다”며 “덴마크의 경우 우리 제품에 대해 WTF 앞으로 100%로 만족한다는 표시를 해 왔다. 앞으로 있을 해외 경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자호구 득점이 강도는 측정이 안되고 센서 접촉만으로 감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김종대 라저스트 사장은 “득점은 전자호구 속에 있는 충격센스와 접지센스는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해야만 가능하다”며 “이미 한국과학기술개발연구원에서 모든 실험을 끝낸 제품이다. 강도 측정이 안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일축했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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