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를 살리기 위해 태권도를 죽인다?

[기자수첩]국기원과 서울시태권도협회 싸움에 멍들어가는 태권도
요즘 태권도가 시끄럽다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른 사안들은 접어두고 세계태권도본부라는 국기원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국기원은 진땀을 빼고 있다. 서울시태권도협회(이하 서태협)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 서태협은 올 초 강남구청에 국기원 관리수탁에 대한 공개입찰 요구하면서 국기원을 조금씩 흔들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산하 단체라며 대외협력단을 조직해 국기원 시설 및 인적쇄신을 요구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이후에도 압박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장호범씨는 이근창 국기원 사무처장과의 대화 녹취 내용을 토대로 국기원문제 양심선언을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서태협은 엄운규 원장을 비롯해 현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규탄집회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또 얼마 전 SBS 해외부정단증 발급 의혹 보도 사실과 지난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오용진씨가 뜬금없이 엄운규 원장의 공산당 부역 의혹제기 한 것도 서태협과 무관하지 않다.
국기원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태권도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전면에 나서 국기원 개혁을 외치고 있는 서태협의 행동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태권도를 살린다며 국기원을 상대로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태권도를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통령도 탄핵 대상이 되는 마당에 국기원 구성원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서태협의 행동을 보면 태권도의 근간이자 젖줄인 국기원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듯하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지만 강남구청에 국기원 공개입찰을 요구 한 것은 국기원 자체를 부정하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태협이 거금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대외협력단. 이들의 시위 방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룸싸롱 손녀 같은 직원 XX상해 입혀 보상한 국기원 OOO은 자결하라!’ 여성의 성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시위현장의 현수막 중 하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태권도계의 어른인 엄운규 원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잃어버린지 오래다. 국기원은 물론 엄 원장의 집, 심지어 다니는 교회까지 찾아가 원색적인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태권도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스럽다. 좀 더 세련된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런데 이런 시위 방법들은 지난 2006년 세계태권도연맹 문동후 사무총장 퇴진을 압박하던 모습과 흡사하다. 당시 서태협은 산하 단체 형식으로 연합회를 조직해 시위에 나섰다. 서태협의 뒤를 받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태권도인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 믿음직한 사람이 버티고 있어서 인지 서태협은 아직도 이런 80년대식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국기원의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서태협의 모습은 흡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들 같다. 국기원은 오는 6월 22일 법정법인으로 전환된다. 비영리 단체였던 국기원이 국가 산하 관리단체가 되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투명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서태협의 인적쇄신 요구는 법정법인 전환 이후가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서태협은 지금 당장 국기원 인적쇄신을 요구하며 원장을 비롯 모든 구성원들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몇 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국기원을 압박하고 있는 이들의 목적이 개혁이 아닌 국기원 입성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분명 이런 상황을 만든 1차적인 책임은 분명 국기원에 있다. 그동안 <무카스미디어>는 국기원의 문제점를 꾸준히 지적해 왔고,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말해왔다. 그러나 국기원은 이를 무시했고 과거의 모습에 안주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를 토대로 국기원이 개혁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국기원과 서태협 모두 태권도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둘의 싸움으로 태권도의 이미지는 멍들어 가고 있다. 태권도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태권도를 죽이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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