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4)

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4)


앞올리기, 옆차기, 내리찍기, 뒷차기, 뒤돌아후리기, 돌개차기, 나래차기 등 수많은 태권도의 엄청난 기술들. 이런 기술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한때는 이런 기술들을 모두 능숙하게 섭렵했던 나. 그러나 이제는 발도 안 찢어지는 폐물이 되어 있었다.

특공무술과의 대련(사실 쇼였음) 그리고 유도와의 대련(역시 쇼였음)을 겪은 나에게는 예전의 기술들이 그리웠다. 그때의 그 날렵함고 유연함, 그러했던 것들이 꿈만 같다. 완전 일장춘몽이었다.

그래서 난 날렵함은 안돼더라도 유연함을 갖춰야지 생각했다. 과거 모 TV를 보니 덩치 큰 레슬러나 스모 선수들도 다리를 일자로 찢던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들보다 덩치가 작은 내가 그런 것을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윗몸일으키기 하기 전에 다리를 찢었다. 입에 수건을 물고 다리를 벌린 다음에 동생보러 힙을 누르라고 했고 동생은 이에 귀찮은 듯이 온힘을 다해 엉덩이를 눌렀고 나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고통에 입에서는 신음이 그리고 눈에서는 눈물 한방울이 찔끔 났다.

동생보러 비켜비켜 하며 소리를 쳐도 동생은 잔인하게 더 참아야 한다고 계속 눌러댄다. 그러면 나는 "너 이자식 죽었어" 하며 소리치고 동생은 "그럼 절대 안 비켜줘"하고 배짱을 논다. 그리고는"형님"이라고 불러 하고 이에 나는 "혀..형님"하고 부른 다음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동생이 비켜나서 문을 박차고 도망가고 나는 고통에 가랑이를 붙잡고 방바닥을 뒹군다. 출산의 고통을 어찌 다리찢는 고통에 비하랴만은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 다리찢는 고통이다.

얼마전 군대간 후배 모 일병한테 연락이 왔는데 군대에서 가장 힘든 것이 뭐냐고 했더니 고참에게 얼차례 받는 것도 아니요 유격 받는 것도 완전군장 행군도 아니요 화생방도 아니요 바로 태권도 시간에 다리 찢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했으며 다리를 찢을 때 정말 탈영하고 싶을 정도였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다리를 찢고나면 너무도 허탈했고 인생무상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한숨을 내쉰다. 과연 내가 뭐가 아쉬워서 다리를 찢느냔 말이다. 결국 나는 옆으로 찢는 것은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앞으로 찢기, 나에게는 바로 앞으로 찢기가 있었다. 앞으로 찢기는 옆으로 찢기만큼은 아프지 않았고 나 혼자서도 가능했다. 그래서 매일 저녁 앞으로 찢기를 연습했다.

그리고 나만의 신성한 학교 등나무 옆 평행봉에서도 다리를 찢었다. 그 방법은 높이가 낮은 평행봉에 다리를 올리고 허리를 숙여 다리를 닿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는 운동을 할 때 무리는 하지 않았고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큼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는 성격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다 보면 어느새 그 운동에 마스터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것은 철봉에서 경험했음. 이틀 연속으로 다리를 찢고 하루 쉬고 또 이틀 연속으로 다리를 찢고 하루 쉬고 이런 식으로 계속 앞으로 찢어나갔다.

다리의 각도는 60도에서 70도, 80도, 90도 조금씩 늘더니 어느새 160도 가까이 찢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철봉에는 이제는 조금 신물이 나던 터에 다리찢는 재미는 나에게 학교생활에 여유를 가져다 줬다.

댓글 5

재성이의 팬 2000.11.01
정말 좋은 글입니다.. 하하,, 재미도 있구요,, 방금,, 재성이의 수련기를 처음부터 봤는데,, 느낌이 좋아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그럼,, 빠이.
태권녀 2000.11.01
근데...옆으로 찢기는 다시 안할 건가여? 글구...앞으로 찢는데 얼마나 걸렸나여? 궁금해여, 알려줘여!!!!!
태권도를 사랑하는사람... 2000.11.02
내용이참 재밌내여 근데 찣는 다는 표현은 너무 저질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연성운동이나 스트레칭이라든지 이런말 아니더라도 기사화 하는데 좋는 용어를 쓸수있는 여유가 없어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 2001.02.23
찢는 다는 표현이 왜 저질스럽죠?(위에글쓰신 분에게 말씀드림) 순수한 우리 말인데.
김 병석 2001.06.22
재성이님 너무 잼있게봤구요.. 전 태권도를 16년간 한 사람인데요.태권도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태권도에 흥미를 잊어버렸어요.. 왜 냐면.. 저번달 시합때. 메달건에서 비찬하게 깨졌거든요. 선수생활만 한 10년 가까이 한 전대 비참하게 져서 요즘은 살만이 안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