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책임질께요' 태권모델대회
오늘 밤 책임질께요 태권모델대회

"오늘 밤 책임질께요"
지난 29일 경문대에서 열린 전국태권모델대회 시니어 부문에 참가한 한 여성 참가자의 말이다. 무대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순서에서 정면을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더니 총을 쏜만큼 오늘 밤도 책임지겠다며 웃었다. 뭘 책임진다는 말이었을까?
이 장면은 이날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상징하고 있는 장면이다. 대회명칭은 전국태권모델대회라고 붙여놨지만 태권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몸짓과 발언이 넘쳐난 대회였다.
대회를 지켜본 이들을 가장 어리둥절하게 한 대목은 대회장이 무슨 나이트클럽인지 아닌지 분간 못하게 만든 댄서들의 출연이었다. 치어댄싱팀이라고 소개된 써니라는 여성 4인조 대싱팀은 이날 대회 전후에 한번씩 두 번 나와 춤을 선보였다.
처음에 나올 때는 상반신은 가슴만 겨우 가린 채 아래는 꽉 붙는 바지를 입고 나오더니 두 번째 나올 때는 아슬아슬한 치마를 입고 나와 누가 봐도 굉장히 선정적인, 흔히 말하는 섹스어필하는 춤을 췄다. 엉덩이를 격렬하게 흔들고 손으로 머리에서부터 가슴과 허리를 거쳐 허벅지까지 훑어 내려오는 식의 그런 동작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이번 대회가 그런 의상과 춤을 선보일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대다수의 관중은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다. 그들 앞에 나이트클럽이나 야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눈요기 거리를 내놓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댄싱팀이 두 번째 무대에 올랐을 때는 마침 무대 아래에서 초등학생들의 겨루기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이 자꾸 무대 위의 댄싱팀을 곁눈질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띄었다. 이때 이를 본 관중석의 어떤 학생들은 무릎을 치며 웃기도 했다. 심판이 경기를 진행하며 한눈을 파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쇼가 문제였다. 대회장내의 모든 시선이 무대 위로 집중되는데 심판이라고 눈길이 안 가겠는가.
이번 대회는 참신한 시도라는 점은 인정받고 있으나 태권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설프고 개념없는 쇼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했다. 모델대회에 나온 참가자들은 말로만 자신이 태권도를 좋아한다고 할뿐 일반 미인대회나 모델대회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기 바빴다. 그나마 태권도복을 입고 벌인 태권도 동작 심사가 대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목이었으나 어디까지나 구색맞추기였다.

태권도 수련의 결과 아름다운 신체를 가꾸게 될 수 있었다는 증거는 그들 누구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태권도모델대회라면 태권도의 정신과 가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흥미만을 추구하는 대회였다. 흥미를 추구할려면 재미라도 주었어야 하는데 한 태권도 사범은 "할려면 제대로 해야지 뭐 저렇게 춤 못추는 애들을 데려왔냐"고 비꼬았다.
경문대와 경문대 이승훈 교수는 작년에 세계대학태권도문화체험축제를 열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었다. 명색이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해외팀은 러시아팀 단 한 팀만 참가했고 대회가 전체적으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올해 작년 대회와 다르게 다시 시도한 전국태권모델대회도 비판을 면키 어려울 듯 하다.
대회장을 나서는데 "염불보다는 잿밥이 관심이 더 많은데다가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이 자꾸 태권도를 이용해 돈이나 벌고 개인의 이름을 떨치려고 한다"는 한 태권도학과 교수의 지적이 자꾸 떠올랐다. 태권도를 팔아먹는 쇼는 이제 그만 해야 한다. 누구 말마따나 쇼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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