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럽’정책, 과천 지역 ‘도장’ 휘청, 다음은?

[무카스미디어 기획특집 3편-무술도장 떼죽음 밀려오나?]

무도프로그램이 시행되고있는 과천 지역내 공공체육시설
“모든 국민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체육시설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한국형스포츠클럽’ 정책이 무술도장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다. 스포츠클럽(골든플랜)정책이란 독일이 전 국민 체육활동 참여 독려를 위해 지난 1961년부터 15년간 추진한 정부주도 체육정책.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05년 말 ‘공공체육시설 균형배치 중, 장기계획’을 위한 연구 용역을 완료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06년부터는 체계적으로 공공체육시설을 확충, 지원하겠다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체육선진국수준의 한국형 골든플랜이라는 목적으로 자치단체별로 지역실정에 맞게 체육시설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2010년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11년부터는 232개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스포츠클럽을확충하겠다는 세부 시행계획도 뒤따른다.
여기에 정부는 시범사업이 추진된 지난 1년간(2007년 한해) 체육활동이 우수한 스포츠클럽을 선정, 1개소 당 최대 1억 5천만 원의 국민 체육 기금을 지원했다. 선정 자격에는 ‘올림픽대회 종목 2개 이상 포함’이라는 요건도 명시 돼 있다. 이를 두고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된 태권도, 유도등의 무도스포츠 프로그램 적용을 독려 한 계기를 가져 왔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무카스미디어>는 ‘스포츠클럽’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역 내 공공체육시설을 탐방, 실제로 인근 무술도장에 치명타를 가져오게 될지에 대해 집중진단 해본다.
●과천 시민회관 내 태권도는 월 30,250원 400여명 성황! 유도, 검도, 합기도 운영
지난 1일 경기도 과천 소재의 한 공공체육시설. 지하 2층 지상 3층에 이르는 복합 체육시설내에는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로 가득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태권도는 수련시간만 총 8회 편성돼 있다. 새벽 6시 30분부터 시작된 첫 수련은 저녁 9시 30분까지 계속됐다. 이중 오후 2시와 3시에 열리는 수련은 수련규모가 엄청나 제 2관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
여기에 수련생들 중 상당수가 1,2품 이상의 품띠로 구성, 일선도장 이외 장소에서 이뤄지는 태권도교육은 수련의 장기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무너뜨렸다.
아이가 태권도 수련을 마치기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한 달 수련비도 엄청 싸고 사범님도 잘 가르쳐서 태권도 (지역내)평판이 좋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태권도뿐만 아닌 다른 무술프로그램도 시행되고 있었다. 태권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인원이지만 검도, 유도, 합기도 역시 일정 수련생이 확보 돼,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7년간 이어져 왔으며, 학부모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것이 태권도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공체육시설의 한 관계자는 “현재 태권도 수련생이 300여명을 넘긴 상태”라며 “신학기에 맞춰 접수하려고 하는 대기인원만 100여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 회원들이 퇴관을 하지 않으면 최대 2개월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신학기를 맞아 무술프로그램에 접수하기 위한 학부모의 행렬은 계속됐다.
●공만 있으면 수련 끝! 축구, 피구로 변신! 무도는 없다?
태권도 수련이 시작됐다. 간단한 준비운동에 이어 발차기, 주먹지르기 등이 이어지고 짧은 품새 수련이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형형색색 크고 작은 공들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된 공놀이는 가장 많은 수련생이 있는 본관에 이어 별관에서도 계속됐다.
지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줄잡아 50여명에 달하는 수련생들을 주체 할 수 없어서일까? 벽 한 귀퉁이에 앉아 일부 수련생과 담소를 나누며 수련생들로부터 어깨안마 받기에 정신없다. 피구, 축구 등 다양한 공놀이의 향연은 멈추지 않았다. 수련이 끝나갈 때까지 20여분이상 공놀이는 계속됐다. 이미 태권도장의 기능은 상실한 듯 한 광경이다. 멀리서 지켜보던 학부모조차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도장 문을 조심스레 열던 한 학부모는 벽 한 귀퉁이에 앉아 있던 지도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제 아이도 등록하고 싶어서 왔는데 사범님을 찾을 수가 없다”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유도 또한 마찬가지, 반면 1층에서 시행되고 있던 검도만큼은 수련의 시작과 끝 모두 사뭇 진지한 상태로 진행됐다. 수련생들의 태도와 정 사범과 보조사범으로 나눠 수준별로 지도하는 모습이 다른 무술프로그램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무술도장 중 ‘태권도장’이 가장 큰 타격!
공공체육시설은 수영, 볼링, 요가, 필라테스, 휘트니스 등과 학부모가 함께 어울려 운동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과천 일대 생활체육의 메카로 자리잡은 상태였다. 단연 규모면이나 시설 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가족구성원 전체가 시민회관 내에서 다양한 스포츠와 무도 프로그램을 접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무술도장 특히 태권도장들의 타격은 지도자들의 생계를 위협 할 지경이라는 것이 관장들의 하소연이다.
공공체육시설 인근에 위치한 K태권도장의 한 관장은 “신규 수련생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도장 수련생들 중 상당수가 가격이 싼 시민회관으로 이동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공체육시설에서 가장 근접한 M태권도장 관장도 “시민회관에서 태권도를 하기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여기서 (공공체육시설 내 태권도가)정원을 좀 더 늘리기라도 한다면 도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수련생들 중 공공체육시설 내 태권도를 수련한 일부 학부모들이 구체적인 지도를 받고 싶다며 역으로 일선도장으로 옮겨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체육시설 인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정원재 관장은 “일부 학부모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대로 (자신의)도장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체육시설 내 태권도 지도자들의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수업과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 한 부담에 따른 체계적인 지도부족이라는 해석이다.
과천 소재 공공체육시설 내에서 시행되는 무술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주변지역 일선 무술도장의 타격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타격이 피부에 와 닿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견해를 보인다. 반면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장 간 합병을 통해 대형화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무술 도장의 튼튼한 뿌리내림을 위해서는 중심 있는 지도 철학을 학부모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끝)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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