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태권도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신준철의 현장메모]‘태권도 심사비’ 관련 KBS 방송에 대한 지도자들의 목소리
매주 금요일 밤 11시부터 새벽1시까지 태권도 수련을 하는 ‘태범회’라는 지도자들의 모임이 있다. 기자가 되고 나서부터는 결석하는 일이 잦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땀 흘리는 태권도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모임에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지난 25일 모임.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당연히 몸을 풀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왠일인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 저녁 방영된 KBS 1TV 이형돈 PD의 소비자 고발(이하 소비자고발)에서 나온 ‘태권도 승품단심사비 왜 이렇게 비싼가’라는 방송 때문이었다.
이날 심사를 앞두고 있는 한 지도자는 “곧 있을 공개심사에서 학부모 중에는 방송에 나온 심사비 문제에 대해 해명을 요구할 텐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자는 “태권도가 동네북이냐. 태권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언론에서 연일 문제점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자의 본능이었을까. 방송과 관련해 토론회를 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12명의 지도자들은 원을 그리며 둘러앉아 토론을 시작했다. 본의 아니게 사회자가 된 기자는 소비자고발에서 문제 삼은 승품단심사비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순서대로 발언하기를 제안했다.
지도자들은 태권도를 상품에 비유한 소비자고발측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한 지도자는 “태권도는 무도교육이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다”며 “방송이 학부모에게 태권도 지도자를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는 듯한 인상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지도자는 “방송 담당PD가 과연 태권도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태권도를 수련해본적은 있는지 궁금하다”며 “심사비 청구내역을 내용별로 정리해서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못한 것을 마치 횡령한 것처럼 표현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KBS를 찾아가 단체 항의를 하자며 격한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도 있었다.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지도자는 “승품단 심사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말이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닌다”며 “나 같은 경우는 심사비 내역을 학부모들에게 세부사항으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비싸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단 한명도 없었다”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지도자들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토론회를 마치면서 기자는 태범회 지도자들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당당해야 한다는 것’과 ‘준비된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태권도를 상품에 비교하는 방송매체와 일부 학부모의 발언에 흔들릴 만큼 자신의 태권도 교육에 자신이 없는지. 10년전부터 변화가 없는 심사비 때문에 다단계라는 굴욕적인 표현을 가만히 듣고 있을 정도로 잘못을 하고 있는지.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소비자고발 방송을 시청 못한 지도자가 있다면, 인터넷 다시보기(www.kbs.co.kr)를 통해 꼭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노트를 펴고 방송내용을 적어보면서 반론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자. 말과글은 표현상에 있어 큰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이면 국기원이 법정법인으로 전환된다. 심사비는 물론 모든 내역이 투명하게 일반에 공개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앗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소비자고발 방송은 지도자들에게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르쳐준 좋은 기회였다.
지금부터 승품단심사비 내역을 세부사항으로 나눠 학부모들에게 당당하게 보내주고, 도장에 비치하자. 10만원이라는 돈을 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게 태권도교육을 지도해 주자.
무카스 기자들과 함께 2008년에는 밝은 소식을 많이 전하자고 다짐했건만, 태권도 지도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만을 전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힘내라 태권도! 위기는 곧 기회다. (끝)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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