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맞서기 경기, '피 튀기는' 혈전

숨을 제대로 몰아쉴 수도 없다. 언제일지 모르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한치 빈틈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에 걸쳐 열린 ITF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맞서기(겨루기) 경기들이 펼쳐졌다.
특히 준결승전 및 결승전이 열린 대회 둘째 날 22일에는 명승부가 잇따라 펼쳐졌다. 남자 맞서기 미들급(-71kg) 결승전에서는 북한 최고의 맞서기 선수 리철남과 비디오 게임 철권의 태권도 캐릭터 화랑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황수일이 만났다.
돌려차기, 점프회축, 내려찍기 등 양 선수는 3분 2회전 동안 수도 없는 공격을 퍼부우며 관중들을 열광, 매료시켰다. 쉴 틈 없는 몸놀림 뒤에 이어지는 화려한 발공격과 수기공격. WTF 태권도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혈전이었다.
더욱이 양 선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돌려차기보다는 오히려 점프회축 등 화려한 기술을 더 많이 선보여 경기는 한층 더 흥미로웠다. 바로 더 높은 점수를 위한 것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점프해서 발차기를 성공시키면 얼굴, 몸통을 구분하지 않고 5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점수가 주어졌다.
3분 2회전의 경기가 끝난 후, 주심을 제외한 4명의 부심은 두 명씩 리철남과 황수일의 손을 들어주어 경기는 1분의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 양 선수의 몸놀림은 더욱더 격렬해졌다. 최후의 힘을 짜내는 듯 양 선수는 모두 쉴 새 없는 공격을 주고받았다. 양 선수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동안 연장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연장전 후, 4명의 부심은 모두 리철남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총 7분간의 사투는 막을 내렸다.
한편 여자 맞서기 헤비급(-70kg)에서는 북한의 신송해와 최명심이 만나 최고의 기량을 펼치며 남자 경기보다 더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쳤다. 태권도 여자 경기는 지루하다는 상식을 완전히 깨버렸다.
다운을 주고받는 등 같은 팀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양 선수의 경기는 격렬 그 자체였다. 특히 우승한 신송해는 최명심에게 뛰어 손으로 얼굴공격을 허용, 경기 도중 코피를 흘려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신송해와 최명심의 경기에서는 WTF 태권도에는 없는 기술인 수기로 얼굴공격이 가공할 위력을 나타냈다. 양 선수는 상대방의 빈틈이 보이는 즉시 앞으로 뛰어나가며 상대방의 얼굴을 수기로 연타, 숨막히는 경기를 펼쳤다.
이번 대회 맞서기에서는 WTF 경기와 달리 시간과 점수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사용되지 않아 선수들은 경기 도중 자신의 득점은 물론, 남은 경기 시간까지 알지 못해 일부 WTF 태권도 경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시간 때우기 혹은 점수 지키기식의 경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선수는 경기가 끝나는 종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야만했다.
또한 수기로 얼굴공격을 허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언제 어떤 상황이든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한순간 방심하면 상대방의 비호같은 수기공격이 자신의 안면을 강타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공격 또한 상대방에게 수기 얼굴공격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므로 선수들은 경기 도중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지난 시드니 올림픽 이후 많은 사람들은 WTF 태권도경기 규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점수 차등제 도입, 안면 수기공격 허용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WTF 태권도 경기 규칙은 기술 난이도를 반영하지 않고 모든 기술에 단 1점만을 인정하고 있어 재미없는 경기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발기술 위주로 발달한 WTF 태권도경기는 좀더 화끈한 경기를 보고자 하는 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일본 도쿄에서 열린 ITF 태권도경기, 특히 맞서기 경기는 WTF가 그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힌트를 주고 있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 정확히 가격했을 때 5점을 주고 사정거리에 들면 여지없이 주먹이 날라드는 ITF 맞서기 경기는 그 자체로 선수들의 화끈한 경기를 유도하고 관중들의 흥미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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